한종호의 '너른마당'
‘영혼의 수척함’에 대하여
한종호
2021. 8. 18. 10:32
폭증하는 코로나에 다시 반복되는 장마와 같은 날씨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계절의 변화를 그 누구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어느 누구도 태양을 바닷속으로 집어넣었다가 산 위로 꺼내 올릴 수 없다. 하늘의 별들을 각자의 집으로 돌려보냈다가 다시 나오게 할 방법도 없다.
세상은 한없이 변하는 것 같지만 인간이 사는 본질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는 것같다. 요즘, 모름지기 자기 의에 사로잡혀 기준이 언제나 자기위주에 빠지는 일을 경계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런 사람들은 결코 착하지 않다.
다른 사람의 삶이 담고 있는 이런 저런 사연들을 헤아려주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과 진실 되게 만날 능력이 없다고나 할까.
늘 자기 입장만 내세운다. 자신의 입장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타당하다. 그래서 그런 생각과 자세로 인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도 아무렇지 않아 한다.
자기의 기준을 상대가 그대로 받아들여주어야만 비로소 직성이 풀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상대를 비난한다. 남이 언제나 문제다.
그런 사람의 귀는 막혀 있어 남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눈은 어둡고, 입은 독을 품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이렇게 해줘도 끝이 없고, 저렇게 해줘도 끝이 없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의 행복이란 사실 욕심을 채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욕심은 그대로 두면 정지할 줄 모른다. 욕심은 충족의 한계가 없다. 원래 욕망이라는 이름의 기차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자기위주의 마음과 욕심은 하나로 통할 뿐이다. 욕심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한다.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참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봐야하고, 들어야 하고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온 사람들은 상대의 진심을 보지 못한다. 상대의 선한 동기에 눈뜨지 못한다. 이런 사람과는 말을 해봐야 피곤하기만 하고, 진정한 대화의 가능성은 거의 절망적이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주변에 칼을 꽂은 담을 쌓는 자이며, 결국에는 혼자되는 길을 가게 될 뿐이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상대를 엉뚱하게 곡해하고 근거 없이 오해하며 편견에 사로잡혀 오판하는 불운이 기다리고 있다.
사랑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뭔가 다른 계산이 있어서 접근한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용서를 비는 사람을 자신에게 마침내 굴복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참에 아예 완전히 굴종시키려고 들기조차 한다. 서로 어려운 관계에 있다가 간신히 용기를 내어 마음을 여는 사람을 따뜻하게 받아들일 줄 모른다.
보잘 것 없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의 선의를 우습게 여긴다.
알게 모르게 이름 있고 강하고 힘깨나 쓰는 사람이나 부한 자들과 어울리려 하고 그들의 그저 스쳐 지나가는 눈길이나 말 한마디에는 감격해 한다.
계산은 빠르지만 생각은 얕고, 야망은 높지만 마음은 빈곤하다. 왜 그럴까? 영혼이 수척하기 때문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다시금 스스로를 깊이 성찰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