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에 오르겔과 함께하는 “요한복음 산책”
트루에 오르겔과 함께하는 “요한복음 산책”
바람 속에 담긴 풀 냄새, 빗방울이 머금은 들판의 소식, 나무줄기 가운데 흐르고 있는 아주 작고 작은 시냇물 소리, 그리고 흙을 뚫고 세상을 향해 춤을 추고 있는 꽃씨들의 귀여운 몸짓이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꽃은 갑자기 피어나고 문득 돌아보니 풀은 들판에 자라나 거기 그렇게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나무는 어느새 푸른 잎사귀로 치장을 마친 듯이 보여집니다.
시인 신동엽은 어느 날 창가에서 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창가에 서면 앞집 담 너머로 버들잎 푸르다
뉘집 굴뚝에선가 저녁 짓는 연기 퍼져 오고
이슬비는 도시 위 절름거리고 있다
석간을 돌리는 소년은 지금쯤 어느 골목을 서둘고 있을까?
바람에 잘못 쫓긴 이슬방울 하나가 내 코 잔등에 와 앉는다
부연 안개 너머로 남산 전등 불빛이 빛 무리져 보인다
무얼 보내신 이가 있을까
그리고 무엇은 정말 땅으로만 가는 것일까
정말 땅은 우리 모두의 열반일까
창가에 서면 두부 한 모 사가지고 종종걸음치는 아낙의
치맛자락이 나의 먼 시간 속으로 묻힌다
- <창가에서>
시인은 서울 어느 길목의 정경을 표현하고 있으나, 사실은 자신의 마음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면 아무 것도 아닐 듯한 자연의 몸짓이 보이고 이웃의 고단하면서도 정겨운 삶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이 모든 생명의 움직임 저 뒤에 있는 어떤 섭리에 대한 질문과 함께 결국 흙으로 가는 생명의 귀환을 주시합니다.
그러기에 그의 마음은 자신에게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마음의 창을 열고 사는 까닭에 그의 영혼에는 세상의 숨결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도시의 위용에 짓눌리지 않고 피곤한 일상으로 지쳐있지 않습니다. 숨을 쉬고 있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그의 시선 속에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저 스쳐 지나면 아무 것도 아닐 듯한 자연의 몸짓을 담아 오는 4월 7일(화) 저녁 7시 청파교회에서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출간 음악회, <트루에 오르겔과 함께하는 요한복음 산책>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는 요한복음 묵상과 메시지가 어우러진 책입니다. 이 날은 이야기 손님 없이 트루엘 오르겔과 바이올린 연주, 그리고 김기석 목사님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
<꽃자리>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