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9. 15. 16:04



그대 앞에 내 사랑은
가난한 사랑은
그대 가슴에 닿기도 전 스러지고 만다


마른 마음에 슬픔을 키우고
오늘도 해는
쉽게 서산을 넘었다


품을 수 없는 표정들이
집 앞 길로 지나고
무심히 서둘러 지나고
어둠속
부를 이름 없었다

웅크린 잠
꼭 그만큼씩 작아지는 생
하늘은 꿈에나 있고
폐비닐로나 널린 이 땅의 꿈을 두고

그대 앞에 내 사랑은 
가난한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다

-<얘기마을> 198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