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
우리는 어떤 편지인가
한종호
2021. 10. 7. 11:52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될 것이다.“(요 13:35)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모든 이에게 임하시기를 빕니다.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어렵고 곤고한 시간을 견디고 계신 교우들이 많습니다. 수술을 받고 회복을 기다리는 분도 계시고, 수술을 앞두고 계신 분도 계십니다. 인생의 가장 어려운 순간을 견디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하나님의 치유의 능력이 부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시대적 우울감이 우리를 확고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우리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안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끈질기고 확고한 믿음이 필요한 때입니다. “주님의 진노는 잠깐이요, 그의 은총은 영원하니, 밤새도록 눈물을 흘려도, 새벽이 오면 기쁨이 넘친다“(시 30:5)는 시편 기자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한로(寒露) 절기가 다가오는데 여전히 날씨가 덥습니다. 아열대성 고기압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기후 변화는 절기에 대한 우리의 감성조차 바꿔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쳤습니다. 10월 말부터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교회 모임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방침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며칠 연속으로 참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교우들이 많이 모여서 애찬을 나누는 꿈이었습니다. 솥에서는 쇠고기뭇국이 끓고 있고, 다양한 음식이 상 위에 차려지고 있었습니다. 시끌벅적한 그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땅이 황폐하여 사람도 없고 짐승도 없는 세상의 쓸쓸함을 안타까워하는 예레미야에게 하나님은 회복을 약속하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 황무지로 변하여, 사람도 없고, 주민도 없고 짐승도 없는 유다의 성읍들과 예루살렘의 거리에 또다시, 환호하며 기뻐하는 소리와 신랑 신부가 즐거워하는 소리와 감사의 찬양 소리가 들릴 것이다. 주의 성전에서 감사의 제물을 바치는 사람들이 이렇게 찬양할 것이다“(렘 33:10b-11a). 꿈에서도 이 말씀을 떠올리며 홀로 미소를 지은 것은, 일상의 소음이 더없이 그립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다가도 저는 문득 걱정에 사로잡혔습니다. ‘이래도 되나? 아직은 모임이 금지되어 있는데. 이러다가 누구 한 사람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하지?’ 그런 걱정을 하다가 깨곤 했습니다. 꿈에서 깨어서도 불쾌하기는커녕 괜히 흐뭇했습니다. 그리고 제 속에 숨겨졌던 그리움의 실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누리지 못하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는지를 절절하게 깨달은 것입니다. 부디 이런 날이 속히 우리에게 열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