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시월의 기와 단장 한종호 2021. 10. 26. 09:37 그 옛날에는 지게로 등짐을 지고 올랐다 한다 나무 사다리를 장대처럼 높다랗게 하늘가로 세워서 붉은 흙을 체에 쳐서 곱게 갠 찱흙 반죽 기왓장 사이 사이 떨어지지 말으라며 단단히 두었던 50년 동안 지붕 위에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다가 도로 땅으로 내려온 흙덩이가 힘이 풀려 바스러진다 이 귀한 흙을 두 손으로 추스려 슬어 모아 로즈마리와 민트를 심기로 한 화단으로 옮겼다 깨어진 기와 조각은 물빠짐이 좋도록 맨 바닥에 깔았다 그림 그리기에 좋겠다는 떡집에서 골라가도록 두었다 기와를 다루는 일은 서둘러서도 아니 되고 중간에 지체 되어서도 아니 되는 느림과 호흡하는 일 일일이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암막새와 수막새 더러는 소나무가 어른 키만큼 자란 기와 지붕도 보았다 기와를 다루는 일은 일 년 중에서도 시월이 참 좋다 덥지도 춥지도 않으며 비바람도 잠잠한 하늘 품에서 칠순의 고개를 넘긴 두 어른이 민살풀이 장단에 맞춰 정중동 동중정 넘실넘실 기와 고개를 잘도 넘나드신다 저작자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