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11. 30. 09:37



초등학교 시절, 난 줄곧 반장 일을 보았다. 반장 일이란 게 특별나지 않아서 조회, 종례시간 선생님께 인사하고, 선생님이  자리를 잠깐 비울 일 있으면 자습을 시킨다든지, 책을 읽힌다든지 그런 일이었다.


반장 일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건 환경정리를 할 때였다. 방과 후에 몇 명이 남아 교실의 환경정리를 했던 것인데, 대부분은 선생님을 도와 드리는 일이었다.


액자를 새로 달 때나 글씨를 써서 붙일 때는 으레 키가 크신 선생님이 그 일을 맡았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은 “됐니?” 하며 액자나 글씨가 똑바로 됐는지를 물었다.


난 그게 어려웠다. “됐어요.” 소리가 선뜻 나오질 않았다. 확연히 삐뚤어진 거야 “좀 더 위로요, 좀 더 아래로요.” 할 수 있었지만 얼추 비슷하게 맞았을 때는 뭐라 대답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내 판단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똑바른지 아닌지, 내 의사를 밝히는 일은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내 눈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떤 사람 어떤 일이라도 맘속으로 오랫동안 곱씹게 되는 건, 그러면서 내 판단이 일방적이지 않기를 애쓰는 데에는 초등학교 시절 환경미화시간, “됐니?” 하며 물었던 선생님 물음에 대답이 어려웠던 그 일이 아직껏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얘기마을>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