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진료활동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군의관은 찬찬히 하루 동안의 안타까움을 말했다. 진료를 받은 마을 분들의 대부분이 몇 알의 약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병이었다는 것이다. 보다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진찰과 치료가 필요한 분들인데 공연히 허세나 부린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나 안다. 그런 하루의 시간이 고마운 것은 단지 병명을 짚어주고 몇 개 약을 전해준데 있지는 않다. 쉽지 않은 훈련을 마쳐 피곤할 텐데도 귀대를 앞두고 하루의 시간을 주민을 위해 할애한 그 마음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그저 논밭이나 망가뜨리고 당연한 듯 돌아서곤 했던 해마다의 훈련인데, 그렇지 않은 모습 대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도 고마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