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왜였을까, 뺀 이를 지붕 위에 던지게 했던 건

한종호 2021. 12. 18. 07:06



이가 흔들릴 때마다 두려웠다. 빨리 새 이가 나야 어른이 되는 거라 했지만, 이가 흔들릴 때마다 이 빼는 것에 대한 공포가 먼저 앞섰다.


흔들 만큼 흔들어서 쉬 빠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설프게 흔들리는 이에 실을 걸어 사투 벌이듯 애를 써야 할 때도 없지 않았다.


이를 빼면 열심히 지붕 위에 던졌다. 대부분이 기와지붕이었던 어린 시절, 던진 이는 또르륵 소리를 내며 잘도 굴러 떨어졌다. 그때마다 떨어진 이를 주워 또 다시, 용케 안 떨어질 때까지 지붕 위로 던져 올렸다.


지붕 위에 헌 이를 올려야 새 이가 나온다고 배웠는데, 지붕 위에 뺀 이를 올리지 못하면 새 이가 안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를 뺀 아이를 보면 “앞니 빠진 증강세, 우물가에 가지 말라 붕어새끼 놀랜다!” 하고 놀리기도 했다. 왜 어른들은 빠진 이를 지붕위에 던지게 했을까?


지붕 위에 던진 이를 황새가 물어가야 새 이가 나오는 거라 믿으며 왜 우린 팔이 아프도록 지붕 위로 이를 던졌을까?


대부분 치과에 가서 이를 빼고, 지붕 위까지 던지기엔 너무 어려운(아파트에 사는 아이들도 적지 않을 테니까) 요즘의 아이들에겐 낯선 얘기가 되고 말았지만 왜였을까, 뺀 이를 지붕 위에 던지게 했던 건. 
                                                  
-<얘기마을>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