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1. 12. 19. 11:57

 



벽돌 일곱 나를 머리에 이고서 
계단을 오르는 아지매가 떨군 눈길을 따라서

벽돌 스무 나도 넘게 등짐을 지고서 
계단을 오르는 아재의 굽은 등허리를 따라서

빈 몸으로 계단을 오르는 김에
속으로 벽돌 네 나쯤이야 하면서 

갓난아기를 안듯이 
품에 안고서 오르다가

열 계단쯤 올라서면서 그만 
어디든 내려놓고 싶어졌다

애초에 세 나만 챙길 것을 후회하면서
묵직해진 다리로부터 차오르는 뼈아픔이

벽돌로 쌓아올려야 뚫리는 
하루치의 하늘과

벽돌이 된 몸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먼지 같은 숨이

벽돌 같은 세상을
맨몸으로 부딪히고서 맞는 밤하늘은 허전해

하나 하나의 벽돌 모두가 나로 쌓였다가
눈물로 허물어지는 외로운 겨울밤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