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다래끼'와 '곱돌' 그리고 '개구리'

한종호 2022. 1. 4. 07:46




눈썹 하나를 뽑아 돌멩이 사이에 넣어두면 되었다. 누군가 그걸 발로 차면 됐다. 그러면 돌을 걷어찬 이에게 옮는다고도 했다. 들은 말대로 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우리식으로는 발바닥에 ‘地平’(지평)이라 쓰는 것이었다.


다래끼가 왼쪽 눈에 나면 오른쪽 발바닥에, 오른쪽 눈이면 왼쪽 발바닥에 지평이라 썼다. 반드시 먹물로 써야 효험이 있다는 그 글씨를 다래끼가 생길 때마다 썼다.


묘하게도 그 방법을 가르쳐 준 분은 교회 목사님이었다. 그래서 더욱 신빙성을 얻은 그 방법은 다래끼엔 무슨 특효약쯤으로 알았다.

어릴 적 갖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는 '곱돌'이었다. 만질만질한 돌로서 맨바닥에 글씨를 쓰면 하얀 글씨가 써졌다.


곱돌 만드는 비책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곱돌과 비슷하게 생긴 차돌을 땅속에 구멍을 파고 넣은 후 거기에 똥을 부어두곤 한 달 쯤 기다리는 것이었다. 한 번도 그 효과를 시원하게 확인하진 못했지만,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곱돌을 우리는 귀하게 대하곤 했다.

개구리를 살려내는 방법은 또 얼마나 기막혔던지. 개구리를 땅바닥에 내리쳐 그야말로 '쭉 뻗게 한' 후 개구리 배 위에 아무 풀이나 뜯어 열십자 모양으로 올려놓고선, 그 가운데 침을 뱉었다.


열십자 모양의 효험 때문인지, 침의 효험 때문인지 놀만큼 놀다 와보면 뻗어있던 개구리가 사라져 버리곤 했다.

상식을 뛰어넘는 신비한 세계가 있음을 가르쳐 준 어릴 적 기억들, 모든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인 후론 다시 맛보지 못한 신비한 세계들!          
                                                             
-<얘기마을>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