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출간 책 서평

「하루 한 생각」, 낯설지 않은 ‘마음’이 밀려온다

한종호 2022. 1. 9. 08:08


저자는 서문에서 「하루 한 생각」이 ‘누군가 지친 이에게 닿는 바람 한 줄기, 마음 시린 이에게 다가 선 한 줌의 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글이 참 맛있어 쉬이 책장을 넘기기 아쉬워 자연히 저자의 바람이 내게서 이루어진 독서의 시간이었다. 꽤나 지쳤던 내게 닿았던 ‘바람 한 줄기’가 바로 여기에 담겨 있고, 꽤나 마음 시린 일상을 이어가던 내게 다가 선 ‘한 줌의 볕’같은 맛있었던 시간, 책을 덮는 순간 그 시간을 떠나보내는 것 같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어떤 책에선가, ‘삶은 관계’라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꽤 공감했던 이유는 그간 내가 가진 고민과 고통은 ‘인간관계’이자, ‘소통’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 때문이었는지, 열한 번째 챕터, ‘길’이라는 제목의 짤막한 글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쩌면 가장 먼 길 한 사람에게 가는 길, 어쩌면 가장 험한 길 한 사람에게 닿는 길.’ 문장을 마주하고 담담하려 애썼지만 오랜 시간 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모든 문제를 ‘내 탓’으로 여기며 살아온 내게 ‘넓은 위로’가 여기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의 글은 일상의 공감과 넓은 위로가 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어느 날의 기도’라는 챕터는 참 신선하다. 아니, 신선하다는 표현은 그 챕터를 표현하기에는 어줍잖다.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읽어 내려가지만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2월>, 열세 번째 챕터의 ‘어느 날의 기도’를 무게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꽤 무겁다. 무엇이든 ‘충만’하고, ‘충천’한 기대 속에서 ‘당신’(내 마음대로라면,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신앙의 방법이라고 느낄 법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도 없는’,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거기에선 ‘당신’을 느낄 수조차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을 가장 선명히 만나는 곳이라니. 아마, 기도는 그렇게 나를 비워내는 과정이 아닐까.

 

사진/김승범


그렇다고 재미를 빠뜨린 것은 아니다. <3월>의 서른 번째 챕터, 저자의 기록대로라면 ‘마크 트웨인’은 ‘침대’를 가장 위험한 장소로 꼽았단다. ‘80% 이상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사망하기 때문’이다. 그의 재미있는 역설과 통찰을 소개하며 삶과 연결 지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저자의 기지가 부럽다. 무엇보다 그가 서른 번째 챕터의 마지막 말로 기록한 것처럼, 조금 더 ‘가볍고 단순한 삶’은 그런 기지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 때문에 더욱 부럽다.

 

독서를 하는 동안, <9월>을 기다렸다. 저자의 가을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을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하기 좋은 계절 같은데, 분명 그런 글 하나 쯤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9월>, 열다섯 번째 챕터 ‘낭비’, 더 나열할 것이 없다. 그저 펜 하나 집어 들고, 아주 굵직하게 따라 써본다. “사랑하지 않은 시간, 가장 큰 낭비란”

 

책의 표지 한 켠 ‘눈부시지 않아도 좋은’이라 이름 했지만, 저자에게만큼은 ‘눈부시지 않았던 하루’는 없었던 것 같다. 매일 그가 들여다보고, 그가 걸음 했던 일상은 꼭 한 줄 남기고 싶은 ‘기록’과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저자가 놓치지 않았던 일상에 대한 눈부신 발견이 ‘마음 시린 내게 다가와 준 한 줌의 볕’이 되었다. 넉넉한 마음이 필요하다면, 시린 마음 달랠 길 없고 누구 하나 내 시린 마음 알아주는 이 없다면 한 줌의 볕으로 다가오는 글 한 모금을 추천하고 싶다. 책을 덮고 끝이려나 싶었더니, ‘그’의 일상이 자꾸 다가온다. ‘그’가 담아 둔 낯설지 않은 마음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