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2. 2. 14. 07:23
사람은 다섯인데
의자가 하나면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
의자가 아닌 의자
토함산 겨울바람에 추울까봐
서까래 흙벽으로 드나들던 바람의 숨구멍까지
한 땀 한 땀 막아주신 따뜻한 손길들
지진으로 깨진 기왓장 틈새로
오랜 세월 빗물이 떨어져 뚫린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던 낡고 기울어진 집
50년 된 나무보 한가운데 옹이에 실금이 가고
아래로 쏠린 나무보가
이제는 세월에 주저앉지 않도록
다섯 사람이 힘을 모아서
새 나무보와 기둥을 덧세워
주저앉으려던 천장을
푸른 하늘까지 떠받쳐준 사람들
천장이 무너질까봐
잠이 안 온다는 나에게
들릴 듯 말 듯
"걱정하지 마세요"
구멍 난 마음 틈새까지
무심히 지나치지 않던 마음 한 점
떠오르는 해와 함께
눈 부비며 시작하는 하루를
하루의 산언덕을 해처럼 넘어가다가
잠시 멈추어
커피 한 잔을 같이 마시며
한 점의 고요와 평화를 나눈다
하나의 의자를 가운데 두고
하늘인 듯 산인 듯 푸른 나무인 듯
한 폭의 그림 같은 다섯 사람들
저 혼자 있는 의자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
이미 그림 속 풍경이 된
하나의 빈 의자 둘레로
더러는 쪼그려 앉고
더러는 벽에 기대어 선
참 아름다운 사람들
참 고마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