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2. 2. 21. 08:52

참 : 강병규 화가의 커피 그림



그런데 하늘은 
저 위에만 있지 않고

내 손끝에도 있고
내 발밑에도 있고

내 뼛속에도 있고
내 가슴속에도 있어서

내가 처음 시를 쓰려고
두 눈을 감았을 때

맨 처음 본 하늘은
온통 어둠과 혼돈이었는데

그리운 얼굴 하나 문득
한 점 별빛이 되었고

그런 밤하늘과 나란히
나도 한 점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늘 있는 그대로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온통 크고 밝은 
참 빈 하나의 방 뿐이다

침묵이 
침묵으로 말하는 방

고독이 
고독으로 숨쉬는 방

참 찾아 예는 길에
너무나 바라본 하늘

사무치도록 
참을 찾아서

참든 내 맘에
참 빈 하나를 모신다

*참 빈 하나(다석 류영모의 詩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