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2. 3. 13. 07:38
열 살 아들과 엄마가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비닐 봉투 하나
종이 가방 하나
엄마 손에 든 짐을
아들이 모두 다 달라며
둘 다
한 손으로
다 들겠다며
다 들 수 있다며
두 짐을 든
주먹손 뒤로 빼며
빈 손으로
엄마 손을 잡습니다
몇 발짝 걷다가
좀 무거운지
잠시 주춤
짐을 바로 잡길래
"엄마가 하나만 들어줄까?"
아들이 걸음을 멈추더니
한 손엔 비닐 봉투
다른 손엔 종이 가방
두 손에 나누어 들고서
열 살 몸이 저울축이 되어
곰곰이 묵묵히
저울질을 합니다
그러고는
종이 가방을 내밉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무거웠는지
궁금해진 엄마도
멈추어 서서
양 손에 하나씩 들어보자며
엄마 몸도 똑같이 저울축이 됩니다
무게가 엇비슷해서
잘 분간이 되지 않지만
이번에는
검정 비닐 봉투 말고
하얀 종이 가방을
엄마에게 건넨 그 마음이
문득 궁금해집니다
푸른 하늘에 뜬 흰구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