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창녕 우포늪 화장실에선 맑은 향기가 난다

한종호 2022. 6. 18. 12:34




일회용 플라스틱 물컵 속엔
네잎클로버 두 송이

두 손 닦는 휴지 위엔
솔방울이 둘

여긴
창녕 우포늪 화장실

누가 했나
문득 고운 향기를 따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한 마음 너머

옛 선사의 한 말씀
넘실넘실 물소리 바람소리로 깃든다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지금 있는 바로 이곳이 진리의 세계이니라."

바로 어젯밤에도 
밤하늘에 먼 달처럼 그리던 얼굴 하나

그리던 한 마음인데
그리던 한 사람인데

문득
내 등 뒤에서 

선사의 지팡이인듯
밀대걸레를 들고 서 계신다

"화장실이 참 깨끗합니다."
표현이 이것 밖에 안 되나, 속으로 되뇌이며

저쪽에서 비추는 말
"감사합니다."

이쪽에서 비추는 말
"감사합니다."

그 이상의 말을 이을 재주가 없는 나는
몸에 밴 습관인듯, 시간에 쫓기듯
유성처럼 스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