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낡고 오래된 양말 한종호 2022. 6. 27. 06:56 낡고 오래된 양말을 신을 때면 앞선 선각자들의 삶과 만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간소하게 살 수 있을까 날마다 똑같은 검고 해진 바지를 입을 때면 보다 더 단순하게 살 수 있을까 늘어진 양말의 목 주름이 좀 헐거워도 색이 바래고 올올이 낡았어도 여전히 소중하여 어진 마음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옷에 대한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한정된 지구 자원을 더 많이 소유하려는 탐진치 마음의 몫으로 밀어둔다 이마를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 고마운 날 나의 얼굴과 작은 몸은 바람이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길이 된다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걸로 보아 가슴속으로도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있는지 쉼 없이 움직이던 바람도 가슴속에선 오래도록 머물러 쉼을 얻고 겹겹이 바람은 아무리 불어도 하늘엔 주름이 지지 않으며 늘 새롭다 낡은 옷 주름 결결이 오늘도 바람이 생기를 불어넣어주신다 저작자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