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다시 쓰고 싶은 인생이지만
한종호
2022. 8. 26. 10:47
지우고
다시 쓰고 싶은 인생이지만
평범한 오늘 이 하루가
내게 주시는 가장 좋은 선물이란 사실을
밤새 어둔 가슴
해처럼 떠올린다
숨으로
허공을 더듬어
가슴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지
순수로부터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있는 모습 그대로를
매순간 숨으로 가늠해본다
한 톨의 먼지처럼
일어났다가 떠도는 이 모든 것들이
머물러 안식을 얻는 숨
이 평안한 집에서
여태껏 살아오는 동안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단 하나는
영혼의 탯줄과도 같은
가슴에 드리우신 숨줄
내게 있어
숨은 하느님이
다시
새 숨을 불어넣으시며
처음 마음을
잊지 말라 하시면
상한 심령이 숨으로
이 순수에 기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