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지구별 학교, 이태원 교실 한종호 2022. 11. 13. 10:41 얘들아 있잖아 엄마가 어릴적에 뛰놀던 골목길에선 동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노랫소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지 아침 밥숟가락 놓자마자 뛰쳐나가서 뛰놀던 그 옛날 엄마의 골목길은 신나는 놀이터였고 생의 맨 처음 배움터였지 아랫집과 윗집을 이어주는 앞집과 앞집을 이어주는 놀이에서는 그 누구든지 친구가 될 수 있는 어디로든 통하는 길 그 골목길 사이로 우물만한 하늘이 보이는 우리들의 땅 오늘도 골목길에서 언니들을 따라부르던 동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아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온 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노래를 부르며 자라난 온 세상 아이들이 오늘은 친구와 친구끼리 엄마랑 이모와 딸이 아빠 손 잡고 나온 어린 아들이 어릴적 영어유치원에서 사탕 나누던 즐거운 추억을 되새기려 온 세상 친구들을 다 만날 수 있는 이태원 골목길로 하나 둘 모여든 여기는 얘들이 있는 곳이라면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마땅히 안전해야 할 지구별 학교 이태원 교실 SKY 신화로 올가미를 씌워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원시시대 동굴 같은 일제강점기 똑똑한 노예만들기학교 원시시대 교실 창문에서 보이던 네모난 하늘을 벗어나 오늘도 아침 밥숟가락 놓자마자 탁 트인 골목길로 뛰쳐나와서 활짝 열린 가슴으로 마음껏 자유의 숨을 쉰다 이태원 교실에서 이제는 별이 된 얘들아 있잖아 하늘 출석부에선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만 사진 속 앳된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서 대답 없을 이름을 차마 부를 수가 없어서 이모 가슴은 사방이 꽉 막힌 네모난 원시시대 교실 같아 오늘도 가슴이 이렇게 답답하여서 혼자서 울다가 잠이 든다 눈물로 이어진 귓가에선 오늘밤에도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지구별 학교 이태원 교실 누구든지 친구가 되는 행복한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온 세상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이 어둡고 어둔 세상 깊어가는 가을 밤하늘을 울린다 이 푸른 땅 머리 위로 그리고 가슴속으로 펼쳐진 어디로든 통하는 하늘에서 푸른 꿈을 꾸던 아름다운 우리의 아이들이 이제는 이 어둔 세상을 촛불처럼 밝히는 별무리가 되어 밤하늘에 가득 빛난다 눈물인지 별빛인지 눈이 부시도록 이 땅을 비춘다 * 동시 <앞으로>, 윤석중의 시 저작자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