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하얀 구절초 곁으로

한종호 2022. 11. 18. 07:49

 



하얀 구절초 곁으로
가을걷이를 다한 빈 들녘

빈 들녘 곁으로
옛 서라벌 토함산 능선을 배경으로

하얀 구절초를 찍으려고
가까이 다가가서 곁에 앉았더니

흰빛을 잃은 구절초
내 그림자가 그랬구나

보이지 않던 해가
바로 내 등 뒤에 있었구나

토함산 자락을 넘어가는 
저 하얀 구름을 따라서

나도 슬쩍 푸른 동해로 
고개를 기울인다

이 땅 어디를 가든
해를 등진 순간마다

회색빛 그림이 되는
한 점의 나를 보며

착한 길벗 하얀 구절초가
하얗게 웃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