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2. 12. 22. 08:44
국민학교 교실에서 서툰 손으로
맨 처음으로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는
작은 창문 곁에
노랑 촛불 하나
중학생이 되어서 동무들이 떠들썩할 때
혼자 맞이하던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소망은
문방구에서 산
오래 오래 아껴둔
빨간 사과 양초에
불을 밝히는 일
정말로 나는
내 작은 방 창가에 혼자 앉아서
어둔 방엔
나와 촛불 하나뿐
촛불 하나면
아무리 춥고 어둔 겨울 동짓달도 따뜻하였지
그 어둡고 어둡던
스무살의 어둔 터널 속에서도
스치듯 보이던 단 하나는
먼먼 별빛 닮은 별 하나
하늘과 땅이 혼돈하여
온통 혼란스럽던 내 젊은 날의 세상에서
낮고 낮은 곳으로
가장 작고 그늘지고 가난한 곳으로
내려오신 예수의 마음 하나
나의 촛불이 되신 별 하나
2022년 올 겨울도 이 땅 어딘가에선
참 많이도 춥고 서럽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하여
눈물이 곧 얼음이 되는
이태원 교실 골목에
촛불 하나
별 하나
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어린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던
바람 잘 날 없는
이 작은 가슴에서도
이제껏 한 번도 꺼지지 않은
숨과 같은 불씨
촛불 하나면
온 세상이 사랑과 정의로 가득하여서
오늘 내가 맞이하는 아침
슬픔으로 출렁이 가슴마다 띄우는 해
촛불 하나
별 하나
별 하나
촛불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