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 순례'
그곳이 나의 영혼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
한종호
2023. 9. 20. 09:59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35
그곳이 나의 영혼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
마태수난곡 2부 67~69번 (마태복음 27:3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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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듣기 : https://youtu.be/f8fG8y5W_Jg?si=3oh2_JYjZSqHMRFE | |||
67(58) 내러티브 |
에반겔리스트 | 33.골고다 즉 해골의 곳이라는 곳에 이르러 34.쓸개 탄 포도주를 예수께 주어 마시게 하려 하였더니 예수께서 맛보시고 마시고자 하지 아니하시더라 35.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그 옷을 제비 뽑아 나누고 36.거기 앉아 지키더라 37.그 머리 위에 이는 유대인의 왕 예수라 쓴 죄패를 붙였더라 38.이 때에 예수와 함께 강도 둘이 십자가에 못 박히니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39.지나가는 자들은 자기 머리를 흔들며 예수를 모욕하여 40.이르되 | 33. Und da sie an die Stätte kamen mit Namen Golgatha, das ist verdeutschet, Schädelstätt', 34. gaben sie ihm Essig zu trinken mit Galle vermischet; und da er's schmeckete, wollte er's nicht trinken. 35. Da sie ihn aber gekreuziget hatten, teilten sie seine Kleider, und warfen das Los darum; auf daß erfüllet würde, das gesagt ist durch den Propheten: sie haben meine Kleider unter sich geteilet, und über mein Gewand haben sie das Los geworfen. 36. Und sie saßen allda, und hüteten sein. 37. Und oben zu seinem Haupte hefteten sie die Ursach seines Todes beschrieben, nämlich: Dies ist Jesus, der Juden König. 38. Und da wurden zween Mörder mit ihm gekreuziget, einer zur Rechten, und einer zur Linken. 39. Die aber vorübergingen, lästerten ihn, und schüttelten ihre Köpfe, 40. und sprachen: |
대사 |
지나가는자들 (합창) |
(40).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여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 40. Der du den Tempel Gottes zerbrichst, und bauest ihn in dreien Tagen, hilf dir selber. Bist du Gottes Sohn, so steig herab vom Kreuz. |
내러티브 | 에반겔리스트 | 41.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서기관들과 장로들과 함께 희롱하여 이르되 | 41. Desgleichen auch die Hohenpriester spotteten sein, samt den Schriftgelehrten und Ältesten, und sprachen: |
대사 | 대제사장들 서기관들 장로들 (합창) | 42.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그가 이스라엘의 왕이로다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올지어다 그리하면 우리가 믿겠노라 43 .그가 하나님을 신뢰하니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제 그를 구원하실지라 그의 말이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하였도다 | 42. Andern hat er geholfen, und kann sich selber nicht helfen. Ist er der König Israels, so steige er nun vom Kreuz, so wollen wir ihm glauben. 43. Er hat Gott vertrauet, der erlöse ihn nun, lüstet's ihn; denn er hat gesagt: Ich bin Gottes Sohn. |
68 내러티브 |
에반겔리스트 | 44.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도 이와 같이 욕하더라 | 44. Desgleichen schmäheten ihn auch die Mörder, die mit ihm gekreuziget wurden. |
69(59) 코멘트 |
알토 서창 | 아! 골고다, 저주받은 골고다! 영광의 주께서 이곳에서 모욕 받으시고 죽으셔야만 하다니. 세상의 축복이시며 구원자이신 그 분이 저주 받은 자가 되어 십자가에 매달리시다니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분이 땅과 하늘을 빼앗기시고 죄 없는 분이 이곳에서 죄인으로 죽으셔야 하다니 그곳이 나의 영혼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 아! 골고다, 저주받은 골고다! |
Ach, Golgatha, unsel'ges Golgatha! Der Herr der Herrlichkeit muß schimpflich hier verderben, Der Segen und das Heil der Welt Wird als ein Fluch ans Kreuz gestellt. Der Schöpfer Himmels und der Erden Soll Erd' und Luft entzogen werden; Die Unschuld muß hier schuldig sterben: Das gehet meiner Seele nah; Ach Golgatha, unsel'ges Golgatha! |
하나님의 아들이라
예수는 골고다 언덕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태연하게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습니다. 그의 옷을 제비 뽑아 나누고 머리 위에는 조롱하듯 ‘유대인의 왕 예수’라는 죄패를 붙였습니다. 이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연이어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이 예수를 희롱합니다. 예수를 멸시하고 희롱하는 그들의 말 속에는 진실이 역설적으로 선포되고 있습니다. 말구유에 오실 때도 그랬고, 그분의 삶도 그랬으며 이제 죽는 순간까지 예수는 인간의 생각과 방법을 뒤집으며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요 우리 모두의 영원하신 왕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바흐가 이 부분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이 역설적 진리의 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의 합창을 들어보시면 여덟 파트에 달하는 합창이 저마다 예수를 조롱하며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그가 이스라엘의 왕이로다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올지어다 그리하면 우리가 믿겠노라 그가 하나님을 신뢰하니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제 그를 구원하실지라”고 마구잡이로 떠들어댑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아주 딴판으로 모든 파트가 하나 되어 하나의 멜로디와 가사를 장엄하게 노래합니다. 그 가사가 바로 ‘Ich bin Gottes Sohn/(그의 말이)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입니다. 이 조롱의 말을 통하여, 그들 스스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하는 말을 통하여,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이 선포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아들이 자신을 드러내시는 방법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셨습니다. 예수는 건축물과 사람 수로, 돈과 화려함으로, 자랑이나 성공신화로, 매끈하고 세련된 설교로 우리에게 나타내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우리는 깊이 새겨야 합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사랑하고 십자가의 길을 따름으로 더 낮아지고 볼품없어지고 세상으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을수록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요 영원하신 왕으로 우리에게 더 가까이 그리고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아! 골고다
알토 서창(레치타티보)이 이어집니다. 골고다! 해골의 곳(Schädelstätt), 죽음의 언덕에 이는 황량하고 음습한 바람 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두 대의 오보에 다 캇치아는 음울한 화음을 이루며 함께 움직입니다. 골고다 언덕을 휘감고 있는 바람에 흔들리는 장송종(葬送鍾) 소리 같기도 합니다. 콘티누오에 사용된 첼로는 손가락으로 현을 뜯는 방식인 피치카토(pizzicato)로 연주합니다. 현악기의 피치카토는 적막 또는 멈춤을 의미합니다. 이제 알토는 십자가 예수의 아픔을 영혼으로 느끼면서 그 바람 소리와 종소리 외에는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골고다 언덕에 홀로 서 있습니다. 저 멀리 십자가가 보입니다. 알토는 노래를 시작합니다.
Ach, Golgatha, unsel'ges Golgatha!
Der Herr der Herrlichkeit
muß schimpflich hier verderben,
Der Segen und das Heil der Welt
Wird als ein Fluch ans Kreuz gestellt.
Der Schöpfer Himmels und der Erden
Soll Erd' und Luft entzogen werden;
Die Unschuld muß hier schuldig sterben:
Das gehet meiner Seele nah;
Ach Golgatha, unsel'ges Golgatha!
아! 골고다, 저주받은 골고다!
영광의 주께서 이곳에서
모욕 가운데 죽어야 하다니,
세상의 축복이시며 구원자이신 그가
저주 받은 자가 되어 십자가에 매달리시다니,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분이
땅과 하늘을 빼앗기시고
죄 없는 분이 이곳에서 죄인으로 죽으셔야 하다니,
그곳이 나의 영혼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
아! 골고다, 저주받은 골고다!
바흐의 레치타티보
이 노래는 다음에 이어질 아리아를 예비하는 레치타티보입니다. 바흐의 레치타티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레치타티보 셈플리체(recitativo semplice, simple recitativo)’는 바흐 사후에 쓰인 ‘쎄코(secco, dry) 레치타티보’와 같은 것으로서 주로 대본 전체의 서사적 부분을 펼쳐내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멜로디적인 측면을 중요시하지 않아 말소리에 가깝게 들리고 ‘쎄코’라는 이름 그대로 음악적으로 상당히 건조한 느낌입니다. 우리가 거의 매시간 만나고 있는 에반겔리스트의 레치타티보가 바로 ‘레치타티보 셈플리체’입니다.
다음으로, 반주가 함께 한다는 의미의 ‘레치타티보 아콤파냐토(recitativo accompagnato)’는 콘티누오 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들이 반주에 참여하여 레치타티보 셈플리체보다 풍부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종종 드라마틱한 강렬함을 표현하는 장면에 쓰입니다. 오늘의 레치타티보 ‘아! 골고다, 저주받은 골고다!’가 바로 ‘레치타티보 아콤파냐토’입니다. 콘티누오 뿐만 아니라 두 대의 오보에 다 캇치아가 반주부를 맡고 있고 골고다의 분위기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매우 감성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마지막 가사로 인해 가슴이 아려옵니다.
“Das gehet meiner Seele nah;
Ach Golgatha, unsel'ges Golgatha!
그곳이 나의 영혼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
아! 골고다, 저주받은 골고다!”
용기를 내셔서 이 가사에 쓰인 단어와 음을 하나씩 살펴보며 노래해 보시기 바랍니다. 음악을 들으며 이 부분만을 따라 불러도 좋습니다. 귀로 듣고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과 목소리를 내어 몸으로, 전 존재로 노래하는 것은 달라도 너무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우선, 각 단어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das: 그것이, 골고다가 / gehet: (맨 뒤의 분리전철 ‘nah’와 함께 결합하여) 몹시 슬프게 하다, 가까이 가다 / meiner: 나의 / Seele: 영혼 /nah: 가까이
제가 ‘가까이 다가오다’라고 해석한 ‘nah-gehen’이라는 분리동사는 원래 ‘마음 깊이 사무치다’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어원적으로 ‘nah(e)’가 ‘가까이’라는 의미이고 ‘gehen’이 ‘가다’ 또는 ‘오다’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nah-gehen’을 ‘가까이 다가오다’라는 중의적인 의미로도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바흐와 대본작가 피칸더도 이 점을 알고 의도적으로 이 단어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Das gehet meiner Seele nah/그곳이 나의 영혼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를 노래로 불러 보면 음 하나하나가 마음 구석구석 십자가에 냉담했던 내 영혼의 정확한 지점을 부드럽게 터치하는 듯하다가 그 정곡을 깊이 후벼 파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가사를 쓴 사람도 놀랍지만, 이 가사에 이렇게 단순해 보이면서도 영혼 깊은 음들을 부여한 바흐는 정말이지 위대한 영혼의 음악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단어의 뜻과 발음과 음을 숙지하시고 이 부분을 꼭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이 부분의 발음과 악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스 게헷 마이너 질레 나[dás ɡeːhet máɪnǝr zé:lǝ na:]’
마태수난곡은 그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이들로 하여금 저 멀리, 자신과 별 상관이 없는 곳에서 상징으로서만 존재하던 십자가를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를 매달았던 십자가로 다시금 만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언덕에 쓸쓸하게 서 있던 십자가는 어느새 그 한 사람의 영혼 깊은 곳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아 골고다! 그곳이 나의 영혼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