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운가?(1)

한종호 2023. 12. 31. 17:15



2023년 올 한 해
나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운가? 

하늘에 먹구름이 자욱한
계묘년의 마지막 날

한결 가벼워진
나의 얼굴을 묵상한다

문득 연한 눈썹이 부끄러워
덫칠을 하기 시작한 스무 살

낮동안엔 얼굴이 간지러워도
무심코 손이 갈 수 없었던 성역

어린 날 뜬금없이 생겨난 
미명의 수줍음을 한 겹 가려주던

그 두 줄기의 선
그 한 겹의 다크 그레이 펜슬 자욱

그 한 꺼풀의 성벽을 허물기까지
스무 이레가 걸렸다

올 한 해 자유로이
나의 얼굴을 웃게 한 건

아이들이 쓰다 남긴 스킨 서너 방울과
온 가족의 바디로션 두세 방울

양 눈썹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개운한 
나의 하늘에

해처럼 떠오르는 
법정 스님의 찻잔을 든 손

마른 가지 끝에 꽃을 피운
스님의 거칠고 야윈 손마디 같은

하늘을 우러러
툭 터진 꽃자리

스스로 툭 깨친
마른 가지처럼

스치우는 겨울바람 손결에
오늘도 내 손이 아름답게 야위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