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출간 책 서평

누군가의 가슴에 사랑의 불씨가 되기를

한종호 2024. 4. 4. 12:44

김민웅 목사하면 박람강기(博覽强記)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떤 주제가 나오든 그는 마치 오랫동안 그 주제를 천착해 온 것처럼 거침없이 말한다. 허풍이 아니다. 그의 사유는 깊고 넓다. 학자이면서도 광장을 떠나지 못하는 그는 달변가이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그의 언어는 섬세하다. 그는 사람들을 깊은 인식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강의를 하고, 연극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선포자이다. 뉴저지주에 위치한 길벗 교회의 담임자로 살면서 선포했던 설교를 묶은 이 책은 그의 삶을 관통하는 밑절미가 하나님에 대한 열정임을 보여준다.

 

그는 언제나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에 눈길을 준다. 절망과 어둠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의 삶의 자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땅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셨던 하나님처럼 그도 땅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렇기에 그의 설교는 뜬 구름을 잡는 것처럼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애초부터 명증한 해답을 아는 자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청중들과 함께 성서의 이야기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간다. 이미 내던져진 흙더미를 다시 유심히 살피는 고고학자의 시선으로 그는 성서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가 바라보는 저 우람한 산이 산의 전모가 아니듯, 성서는 바라보는 관점과 입장에 따라 언제나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성서해석은 정답 찾기가 아니다.

 

 

글을 쓰는 이의 마음속에서 마치 빛이 명멸하듯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스러지곤 한다. 애초에 글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아이디어가 최종적인 결과물에서는 생략되는 경우도 제법 많다. 글을 쓰는 것은 어떤 생각을 심화하고 확장하는 과정이지만, 많은 것을 생략하거나 포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 편의 설교는 정교한 구조물과 같아서 사람들은 그 결과물만 보지만 설교를 준비하는 이들은 거푸집과도 같은 구조를 만들었다 허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책은 이중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설교문은 명조체이지만 설교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신학적 사색과 지향은 볼드체로 표기되어 있다. 짧은 설교의 구조 속에 다 설명할 수 없기에 생략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의 뿌리를 그는 용감하게 드러낸다. 많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설교라는 구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늘은 나를 얻고라는 책 제목에 들어간 나를 얻고는 얼핏 기이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믿음을 가지면 우리가 하늘을 얻는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설교문의 제목 나는 하늘을 얻고 하늘은 나를 얻고의 뒤를 따온 제목이다. 책의 제목을 이리 붙이니 나를 얻으시려는 하나님의 절실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 시대의 냉랭함과 무정함으로 탄식하는 이들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마음 말이다. 우리를 자신의 딸과 아들로 받아 안아 그 힘으로 살아가게 하시려는 분의 사랑을 이 책은 일깨운다. 사랑이야말로 생명의 뿌리이지 않겠는가.

 

<사랑이여, 바람을 가르고>라는 설교의 호격조사 이여가 이 시대의 냉랭함과 무정함에 대한 탄식처럼 들린다. 사랑을 호명한 것은 사랑이야말로 생명의 뿌리임을 나타내는 것일까? 이 책이 누군가의 가슴에 사랑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김기석/청파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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