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출간 책 서평
성서에 충실한 설교자, 그 말씀을 실존 그리고 역사와 만나게 하다
한종호
2024. 4. 5. 08:40
김민웅 목사님과의 인연은 오래 전 그가 낸 《물 위에 던진 떡》이다. 설교전문 잡지 「그말씀」 편집장으로 일했던 시절, 마감을 하면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나가 설교와 관련된 신간들을 살펴보곤 했다. 책들을 둘러보던 중 《물 위에 던진 떡》이 눈에 들어왔다. 신학서적을 내는 곳이지 설교집은 내지 않는 한국신학연구소의 출판물이라 우선 눈이 갔다.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펼쳐 들고는 놀라웠다. 전혀 다른 성서읽기와 해석의 보고(寶庫)였다. 그의 설교를 직접 들으면 그 역동적인 말씀의 선포는 더욱 강렬하게 가슴에 새겨진다. 그걸 직접 듣지 못해 아쉬워하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글로 기록된 내용은 그 감동을 최대한 담아내고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늘은 나를 얻고》, 이 책의 원본이 되는 《사랑이여 바람을 가르고》는 뉴스앤조이 초대 편집인 시절 내 자신이 출간을 맡았던 인연 또한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 책을 다시 내고 싶은 갈증이 점점 커졌다. 김민웅 목사님의 설교는 인간의 실존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 그 지평이 깊고 넓다. 무엇보다도 성서해석이 근간이 된 설교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중요하고 무겁다.
‘김민웅’ 하면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언론인, 방송인, 교수, 목사, 시민활동가를 비롯 무엇보다도 문필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이 중심인 김민웅 목사님인지라 그의 설교는 설교의 내용이 정치사회적 사례들로 가득할 것 같다는 인식을 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는 그의 설교에서 여지없이 깨진다. 성서의 본문 자체가 가진 메시지를 주목하는 것이 그의 설교가 가진 힘이다. 그 시선으로 자신과 세상을 보면 되니 다른 군말이 필요치 않다. 자의적인 해석이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은 성서 밖의 세계를 통해 성서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성서 안의 세계에서 성서 밖의 세계로 나온다. 그리고 이 두 세계는 서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이 책은 그가 성서와 세상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를 충실하게 보여준다. 특히 설교 중간 중간에 담은 ‘명상노트’는 그의 정신 내부에 펼쳐지는 사유, 문제의식, 그리고 설교의 형식에 담지 않은 지층 밑의 서사가 있다. 설교자가 설교를 어떻게 구축해나갔는지를 알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이로써 우리는 성서와 현실이 만나게 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는 일반 독자만이 아니라, 설교를 준비하는 이들 또는 성서연구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다.
이 책에는 원본이었던 《사랑이여 바람을 가르고》와 비교해보면 김민웅 목사님이 그간 지내온 세월에 길러온 여러 성찰이 더해지면서 신학적 메시지 역시 심화된 것을 느끼게 된다. 더해진 새로운 설교들도 있다. 사실 그의 설교는 대단히 많다. 이제 겨우 그걸 조금 소개하는 정도가 되는가 싶다. 《물 위에 던진 떡》도 언젠가 다시 출간할 예정이다.
마냥 혼란스럽고 거칠어만 가는 세상이다. 이런 때에 말씀의 힘으로 자신의 중심과 역사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감격을 나누고 싶다. 김민웅 목사님의 이 책 《하늘은 나를 얻고》가 그런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 줄 것을 믿는다. 믿음과 진실, 그리고 깊은 성찰로 태어난 말씀의 힘은 세월의 풍파에 마모되지 않는다. 도리어 그 기운의 빛깔이 더더욱 선명해진다. 《하늘은 나를 얻고》가 바로 그런 책이라는 것을 편집자로서 확신한다.
한종호/꽃자리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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