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 2024. 4. 29. 08:07




빨간 신호등에 
차를 멈추면

창문을 내리고
무조건 내미는 손

손바닥만한 흰 종이 봉투를 열면
무분별지가 하얗게 열린다

다 맛있다
늘 맛있다

배가 고프면 
내가 먹고

배가 부르면
가장 먼저 만나는 이에게 주고

곱씹은 약단밤을 삼키며
오로지 한 생각 뿐

가지산 너머로 해가 지기 전에
약단밤들 모두 다 따뜻한 손으로 

순한 날의 태화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평화의 동해바다로

차도 사람의 발길도 닿지 않으나 
모든 생명에게 안전한 그 빈 땅에 

멈추어 선 
오토바이 한 대

봄날인가 했더니
어느덧 여름인 4월 말

계절을 잊고 웃음 짓는 
민들레 한 송이

꽃대 같은 아저씨 
그 손에서 피어난 약단밤이 달디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