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진수성찬, 내게 그것은

한종호 2024. 10. 22. 08:24


정성스런 손길로
잘 차려진 진수성찬 앞에서

이 몸 낱낱이 전율한다
화면에서 육해공 전쟁터를 보았을 때처럼

마지막 숨이 고통이었을지도 모르는
산과 바다에서 평화를 꿈꾸던 나의 전생들

다른 생명을 잡아먹어야 
이 몸이 살리라는 

끈질긴 이 생의 저주 앞에
주저앉았던 나의 스무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 시인의
그 마음 하나 별빛처럼 가슴에 품고서

숨막히던 어둠과 혼돈을
아름다운 밤하늘로 활짝 펼쳐놓을 수 있었지

옆방에는 통닭을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랑하는 식구들이 있고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으로 조율하는
나의 고요한 방에서 나는 오늘도

한 점 한 점 평화의 숨으로
태초에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음식을 탐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