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씨알을 품고 품은 꽃

한종호 2024. 10. 29. 08:22


씨알에서 움튼
어린 싹이 하품하는 아침

이내 푸른 숨결로 어루만지는
굳은살 박힌 옹이마다

꽃이 피네
꽃이 피네

씨알에서 태어났지만
씨알을 저버린 적 없는

지고지순한 
한마음 자리가 

해처럼 떠올라 
하루를 밝히고

씨알을 품고 품으며
한 평생 부르는 노래가 꽃으로 피어나듯

안으로부터 피어나는 혁명
자연의 순리를 생각하다가 잠이 들어도

가지마다 잎을 떨구는 이 가을밤에도 
그친 적 없는 씨알의 노래를

성실한 바람이 듣는다
맑은 별 하나가 듣는다

한바탕 꽃이었다가 
진 자리마다 열매를 맺고 떨군

맨 끝자리에는 언제나
맨 처음 씨알이 무수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