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

썩은 감자 하나가 섬 감자를 썩힌다

한종호 2024. 10. 29. 09:16

감자와 고구마는 좋은 양식도 되고 맛있는 간식도 된다. 솥단 지에 푹 삶아 식구들과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것은 다른 음식을 통해서는 쉽게 누리기 힘든 멋과 정겨 움을 준다.

 

감자와 고구마는 비슷한 면이 있다. 모든 씨가 그러하듯 적 은 것을 심어 많은 것을 거둔다. 씨감자 한 조각을 심으면 둥글 둥글 편하게 생긴 감자 여러 개를 거둘 수 있고, 고구마 순 하 나를 심으면 줄줄이 딸려 나오는 고구마를 거두게 되니 괜히 수지맞는 기분이 들어 농사짓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감자와 고구마는 보관을 잘못하면 금방 얼거나 썩고 만다. 물기가 있거나 습기가 많은 곳에 보관하면 썩기가 쉽고, 추운 곳에 보관하면 얼기도 잘 한다.

 

 

감자와 고구마를 보관해보면 알지만 한 개가 썩으면 나머지 도 금방 썩고 만다. 썩어 진물이 나기 시작하면 옆의 것이 따라 썩고, 그러면 그 옆의 것이…, 썩은 감자 한 개 썩은 고구마 한 개가 한 가마니의 감자와 고구마를 썩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 운 일이 아니다. 우리 마음속에 들어온 잘못된 생각은 썩은 감자처럼 영향력이 크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다. 무시하기 쉬운 잘못된 생각 하나가 마음 전체를 물들이는 일은 잠깐 사이에 일어난다.

 

썩은 것 하나를 제 때 가려내지 못하면 한 섬 모두를 잃게 되는 것은 결코 감자만이 아니다. 감자 하나가 한 섬 감자를 썩게 만드는 일은 세상 어느 곳에 서나 일어나는 모양이다. ‘썩은 사과는 옆에 있는 사과도 썩게 만든다’는 유럽 속담도 있고, ‘복숭아 하나가 썩으면 백 개가 상한다’는 중국 속담도 있으니 말이다. 썩은 감자와 같은 사람과 생각이 세상 어디에 왜 없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려내어 경계하지 않으면 나머지도 결코 지킬 수가 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