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설교의 현주소와 미래 전망
세 명의 여성 설교자가 한 설교를 일별하면서 드러나는 공통된 특징은 이 시대의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진단이다. 각기 실천신학자, 조직신학자, 성서신학자인 강호숙, 김정숙, 박유미 세 분 박사가 보는 이 세상, 특히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는 여전히 남성가부장체제 아래 시대의 병통에 대한 성찰이 결여되었고 그 신앙이 편벽되며, 특히 여성의 위상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지극히 결핍된 공간이다. 공공연히 여성 침묵을 강요하면서 목사 등 특정한 교회 내 직분에 대한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그 대표적 징후라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이들의 설교는 그것이 잘못되었고 하나님의 뜻이 전혀 아니며, 예수의 구원 사역에 역행하는 반시대적인 인습이라고 정직하게 고발하며 절규하듯 외친다.
강호숙 박사의 설교는 실천신학자답게 신약의 본문에 집중하여 두 소외된 여인의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진다. 특히 그녀들을 기꺼이 만나 대화하면서 삶의 변화를 이끌어간 예수의 열린 복음에 주목한다. 요컨대 그녀들이 복음에 적극적 대화의 의지로 참여하여 서로 간의 감응이 극적인 반전으로 귀결된 하나님 나라의 역동성에 초점을 맞춰 오늘날 이러한 ‘복음적 대화’가 결여된 우리 사회와 교회의 폐쇄와 배타의 문화, 그 관계적 구조의 해체를 역설한다. 동시에 강 박사는 결핍과 부족을 탓하기보다 침묵하면서 멀리 응원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아브라함과 하갈의 관계 이후 13년 세월의 행간을 조명하여 탐구할 정도로 상상력의 개입을 통한 해석적 확장을 기획한다.
그런가 하면 조직신학자인 김정숙 박사는 시대정신의 흐름에 뒤처진 한국교회의 인식론적 퇴행과 신학적 아노미 현상에 주목하여 ‘중세적 천동설’의 아류에 사로잡힌 ‘21세기 아이히만’ 군상들을 고발하며 신에 대한 인식론적 지평의 확장과 심화를 향해 예언자적 일성을 발한다. 특히 과도한 열정에 휘둘리는 신앙에 합리적 지식이 결핍된 유형, 곧 바울 당시 유대인 상이 오늘날 되먹임되는 현실에 대한 성찰은 서늘하게 메아리친다.
성서신학자인 박유미 박사는 구약성경에서 거의 망각되다시피 한 세 여인상(드보라와 야엘, 수넴 여인, 왕후 와스디)의 찬양과 결기와 침묵에 생생한 육성을 덧입혀 자세히 읽기 독법을 따라 그 신앙과 실존의 현장을 현재화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특히 당대의 역사적 배경과 그 시대의 관습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성경 구절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을 배격하고 심층적인 이해를 유도하는 장점이 돋보인다.
여성 신학자, 여성 목사들이 설교자로 나서서 성경 속의 여성들을 끊임없이 소환하여 그들의 억울하고 서글픈 사연을 거듭 구연해야 하는 시대는 불행하며 그 시대의 교회는 미성숙하다. 더구나 그들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계속하여 그 한풀이 설교의 살풀이춤을 추어야 한다면 이는 너무 딱한 현실이다. 더구나 기독교 신학과 설교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의 신세를 자처하며 자부까지 한다면 이는 다분히 병리적이다. 그러한 기형적 형국을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가. 그동안 여성들이 성경 안과 밖에서 흘린 희생의 피에 대한 발본적 성찰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왜곡된 구조를 방관한 남성 가부장주의자들의 대대적인 참회와 함께 설교 강단은 이제 쇄신되어야 한다. 역사의 주연으로 남성 캐릭터의 메가 내러티브 위주로 꾸려왔던 설교 서사는 아기자기한 동시에 미세한 목소리 속에 감춰진 여성들의 실어증을 보듬고 그녀들이 잃어버린 말을 돌려주어야 한다. 병리적인 증상은 고쳐져야 하고, 상실과 망각의 고통은 위로받아야 하며, 상실되거나 뒤틀린 구원사의 반쪽은 신속히 회복되어야 한다. 여성 설교자들이 거친 예언의 호흡을 멈추고 차분한 안식을 누리며 발랄한 예배의 제사를 드릴 수 있을 때까지!
차정식/한일장신대 교수
*하나님의 마음, 그 여성의 힘https://fzari.tistory.com/3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