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8월의 동리ㆍ목월 문학관 休

한종호 2025. 8. 27. 13:03





입추를 지나는
8월의 불국사 아랫마을

어느 작은 식당집 돌담에는
청포도가 푸르고 대추알도 푸르고

일찍 집을 나선 발걸음이 
푸른 햇살처럼 아까워 

어디든 가고픈 마음을 눌러
가까운 곳으로 마을로

<월요일은 쉽니다>
동리ㆍ목월 문학관 입구 안내문

발걸음을 돌이키려다 문득
나무 그늘 아래 의자가 있다

내가 찾던 곳은
어디던가?

선 자리가 아닌 
앉을 자리가 아니던가

모기가 붙으면 
개미가 다리를 기어오른다면

그저 10여분을 앉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폰 타이머 알람 1시간 설정
우연히 얻은 <오늘의 명상 시간>

등 뒤로 장엄한 매미 소리 
가슴속까지 청명해지는 하늘빛

오른쪽 어깨 위로 
석굴암 부처님이 앉아 계시고

왼쪽 어깨 위로
태양이 앉아서

한순간 내 몸이 
시계의 중심이 된 찰라

10시 10분을 지나며
멈추어 서려던 마음이 

미래로 엎어지지 않도록
과거에 주저앉지 않도록

어느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다가
흰구름을 보다가

숨으로 돌아와
숨결을 고르어

휴~ 
나는 숨을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