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출간 책 서평

흔히들 알고 있는 헨델의 모습과 다른 차원의 면모

한종호 2026. 8. 16. 09:07
<헨델 극장>이 세상에 나온지 달포가 지나고 있네요. 이 책은 헨델의 음악세계 못지 않게 그의 삶을 추적해나간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자 지강유철은 이미 그런 관점과 역량을 그의 <장기려 평전>에 풍부하게 담아냈지요. 그런 저자의 책이라는 점에서 얼핏 헨델의 음악세계에 대한 전문적 논지를 펴지 않을까라고 여길 독자들은 이 책에서 헨델의 음악과 삶을 동시에, 그리고 깊이 조명하게 됩니다.

 

제목을 헨델 “극장”으로 붙인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극장은 단순한 공연장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그곳이 하나의 입체적인 설교공간, 성서와 대중이 만나는 또 다른 교회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페라 극장과 달리 오라토리오의 형식 안에서 기존에 배제되어 있던 인물들을 극적 주인공으로 삼은 것 역시도 헨델음악이 가진 음악사적 사건이지요.
 
이렇게 할 수 있는 까닭은 분명합니다. 지강유철은 인간사에 비극, 슬픔, 배제, 주변부적 고독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헨델을 조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점이 가진 렌즈는 흔히들 알고 있는 헨델의 모습과 다른 차원의 면모를 우리에게 드러내주었습니다. 음악 이전의 삶, 그리고 그것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는 유언장에 담긴 헨델은 생애 전체에 걸친 헨델을 포착하게 해줍니다. 편집자가 너스레를 떠는 것 같지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매우 훌륭합니다.

 

<헨델극장>은 접근하기 쉽지 않은 헨델의 음악세계로 우리를 이끌 뿐만 아니라 음악이 오늘의 현실에서 어떤 메시지를 주어야 하는지도 성찰하게 만들어줍니다. 삶과 유리된 작품은 오래갈 수 없고, 또 이해의 깊이도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선과 악의 대비, 그리고 정신적, 신앙적 결단까지 이어지는 헨델의 음악세계는 하나의 거대하고 촘촘한 윤리이기도 합니다. 헨델의 음악은 그런 차원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도전적으로 던지는 윤리적 질문,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헨델의 음악과 삶, 그리고 그 치열했던 기존질서와의 대결과 투쟁이 펼쳐낸 장엄한 세계, 그리고 유언장에 담긴 세상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은 성서의 예언자적 전통이 지향하는 의와 사랑이 하나가 되는 경이로운 세계를 우리에게 깊은 감동으로 일깨워줍니다. 헨델도 헨델이지만, 지강유철의 작품답습니다.

 

한종호/꽃자리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