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출간 책 서평

장기려의 신앙, 그 중심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한종호 2026. 8. 16. 09:15
폭염과 폭우를 동반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언제 본격적인 여름 한철의 이상기온도 한풀 꺾이고, 가을의 소슬함이 찾아올까. 세상 만사에 아귀다툼이 그치지 않고, 육신은 고단하며 영혼은 지치기 쉬운 때에 우리에게 믿음의 성숙함은 간절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정치는 이미 우리에게 고역스러운 화제가 된지 오래이며, 경제도 불안하고 사회는 여전히 안정의 길을 가지 못하고 혼돈의 연속이다. 한마디로, 이리저리 휘둘리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개신교인의 신앙적 현실을 말할 때 이미 그 양적 부흥기를 한참 지나 오늘날 물량주의와 출세주의, 배타주의, 반이성주의 등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신앙이 ‘시험에 처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왜 이러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분명 과거에 비해 목회자들의 지식수준이나 문화적 역량, 그리고 경제적 기반은 상대적으로 나아졌는데 소명감이라든가 신앙적 결단 혹은 지조가 의문시되고, 삶 자체의 타락과 위선이 비신앙인들에게 거듭거듭 지적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국사회의 풍요와 민주화의 진행, 세계화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신앙인들은 어디쯤 서 있기에 이런 질타와 자괴감,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일까? 열거하자면 숨이 찰 지경인 한국교회와 신앙상황이 이러한 때에, 우리 모두에게 깊은 정신적 위로가 되고 성찰의 심연을 더해주는 성숙한 신앙의 실체는 없는 것일까? 그래서 이 힘겨운 시대를 가파르지 않게 돌파하는 새로운 자세와 무게 있는 사유 방식은 무엇일까?
 
한 시대의 고뇌를 가슴에 끌어안고 성숙한 신앙인의 표상으로 우리들의 마음에 짚이는 인물들은 기독교 역사 속에 무수히 많다. 기독교 역사가 배출해낸 성자(聖者)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사리사욕에서 벗어나 이웃의 삶에 전면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의 인생을 그를 위해 헌신적으로 바친 사람들이었다. 또한 자신의 신앙고백을 통해서 당대의 현실에서 하나님이 무엇을 일깨우고 계신지를 알려나간 예언자들의 후예였던 것이다.
 
『장기려 평전』을 출간하면서 깨우친 바가 적지 않지만, 장기려라는 인물을 통해 성숙한 신앙인들이 보인 삶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은 고난 가운데서, 자기를 버리면서 자신을 성취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로, 죽으니 살리라며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간 이들이 생명의 진정한 완성이다. 진정 세상에서 자기가 완성되는 길이 자기를 나누는 것임을 분명하게 깨달았으며, 그로써 자신의 생명이 타자의 생명 속에 녹아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되는 것 또한 알았던 것이다. 영생의 차원에 대한 눈뜸이 여기에 있고, 남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른 빛나는 삶이 펼쳐졌던 것이다.
 

 

장기려의 신앙,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뜻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도 마다하지 않으려는 믿음의 결단과 각오가 있었다. 좋을 때에는 좋다가도, 어려운 고비에서는 돌아서는 피상적이고 배신적인 자세가 아니라 어느 때라도, 어떤 처지에서라도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명이라면 이를 모두 달게 감당하는 마음과 영혼의 기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즉 고난에 대한 감수가 그에게 역설적이게도 기쁨의 진수를 체험하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의 믿음에 성숙의 높이와 깊이를 더해주었던 것이다.

 

장기려의 신앙과 삶을 비추어 볼 때, 한 사람의 성숙한 믿음은 이토록 자신 한 사람의 삶만이 아니라 그를 시초로 무수한 인생의 진로를 바꾸며 하나님의 길로 인도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한종호/꽃자리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