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두런두런'

그럴듯한 지팡이 지녔다 해도…

한종호 2015. 6. 21. 15:45

그럴듯한 지팡이 지녔다 해도

 

 

 

바닥까지 말라버린 개울가에

주저앉아 울어본 적 없다면

 

고단한 길 끝에 만난 풀밭 위를

 마음껏 뒹굴러 본 적 없다면

 

서로 몸을 기대 단잠을 자는 모습을 보며

웃어 본 적 없다면

 

 

                               류연복 판화

 

 

어둠을 가르는 별똥별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폭풍우 속 길 잃은 한 마리 양의

울음소리 듣지 못한다면

 

사나운 짐승과 싸우느라 생긴

상처 보이지 않는다면

 

목자 아니다

그럴듯한 지팡이 지녔다 해도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