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축복
꽃자리의 종횡서해(20)
어떤 축복
옛날 옛날 성인들이 이 세상에 살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숲 속에 한 나무꾼과 그의 아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그러나 숲 속에 있는 오두막집에서 매우 행복하게 살아갔습니다. 그들이 비록 가난하기는 했지만 자기 집에 찾아오는 사람에게 아무리 조그만 물건이라도 나누어 주려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매우 사랑하였습니다. 그래서 둘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매우 만족해했습니다. 그들은 매일 저녁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이토록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느 날 나무꾼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오두막집에 찾아와 말을 걸었습니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입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먹을 것을 좀 주실 수 없겠소?”
나무꾼의 아내는 자기가 먹을 것도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상냥하게 많은 양을 덜어서 할아버지에게 드렸습니다. 그녀가 준 음식을 다 먹은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보낸 사자입니다. 과연 생각하던대로 당신은 매우 친절한 사람이군요. 당신들이 이렇게 찾아오는 나그네들에게 호의를 베푸시니 하나님께서 특별한 은총을 내리실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난 나무꾼의 아내는 무척 기뻐하면서 물었습니다.
“그 특별한 은총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할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지금부터 당신과 당신의 남편이 바라는 것 세 가지는 무엇이든 그대로 실현될 것이오.”
이 말을 들은 나무꾼의 아내는 너무나 기뻐서 소리쳤습니다.
“남편이 여기 계셔서 할아버지가 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마지막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나무꾼이 도끼를 손에 든 채로 나타났습니다. 첫 번째 소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나무꾼은 자기가 왜 집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껴안으면서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나무꾼은 아내가 세 가지 소원 가운데 하나를 무익하게 허비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그녀가 그렇게 하지 않았던들, 얼마나 좋은 것을 이룰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니 속이 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내에게 대해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어리석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소원 가운데 하나를 그렇게 쓸모없이 낭비해 버리다니, 이제 남은 거라곤 두 가지 밖에 없잖아. 당신 귀가 당나귀 귀만큼 커졌으면 후련하겠소.”
나무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내의 귀가 자라났습니다. 그러더니 계속 자라서 끝이 뾰족하고 털이 덮인 당나귀 귀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나무꾼의 아내는 손을 들어 자기의 귀를 만져 보고 사태를 짐작했습니다. 그녀는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습니다. 나무꾼은 화가 나서 엉겁결에 저지른 자신의 행동이 정말로 부끄럽고 미안해졌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다가가서 위로했습니다.
“여보, 미안하오. 내가 잘못했소. 무슨 수가 있겠지 울지 말아요.”
이때 조용히 서 있기만 하던 할아버지가 그들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당신들 둘은 함께 행복하게 지내면서 결코 다투어 본 일이 없소. 그러나 부자가 될 수도 잇고 권력을 쥘 수도 있다는 생각들이 당신들 두 사람을 변하게 만들었소. 잘 알아 두시오. 당신들에게는 이제 한 가지 소원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말이오. 무엇을 원하시오? 부자? 아름다운 옷? 아니면 하인들? 그도 아니면 권력이오?”
나무꾼은 아내를 꼭 껴안고서 할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제 아내의 귀가 당나귀 귀처럼 커지기 전에 누렸었던 행복과 기쁨뿐입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내의 당나귀 귀가 사라지고 본래의 모습대로 돌아왔습니다. 나무꾼과 그의 아내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한 순간이라도 탐욕과 욕심에 어두웠던 저희들의 행동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나님.”
그러고 나서 하나님께서 내려 주신 온갖 행복에 대해 감사드렸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전래동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