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호의 '너른마당'/설교비평 모음

김진홍 목사의 숭미 사대주의

한종호 2016. 5. 3. 08:51

설교비평 모음(3)

김진홍 목사의 숭미 사대주의

 

편집자 주/지난 4월 27일 서울신학대학교 춘계신앙수련회 강사로 온 김진홍 목사는 설교 중 제주 ‘4·3 사건’을 ‘4·3 폭동’이라 표현하여 학생들의 반발을 산 모양이다. 김 목사의 역사관은 사실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예전 그의 왜곡된 역사관이 짙게 드리운 설교를 살펴본다.

 

그의 역사관이 도달한 한계를 안타까워하며

 

김진홍 목사의 역사관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굴절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살길은 <하나님의 의>를 따르고 그 앞에 줄서야 한다고 가르쳐야 할 목회자가, 미국 등 강대국 앞에 줄 잘 서야 산다고, 가르치는 것을 보면서 그가 강자의 규칙을 배격해야 하는 목사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이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반 테러 전쟁을 선포하면서 전 세계를 향해 미국 앞에 줄 설 것인가 아닌가를 선택하라고 윽박질렀던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그대로 본 따 신학화 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때,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의 개혁을 소리 높이 외쳐온 김진홍 목사가 민족의 생존이 절박한 지경에 몰려 있을 때 <전쟁의 논리>를 들고 세계를 다니는 미국 부시 대통령의 발언과 사고를 정당화하는 설교를 한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무늬만 개혁인 개혁적 종교 지도자”

 

여기서 우리는 그의 역사관이 도달한 한계를 목격하면서 한국교회의 개혁운동이 넘어서야 할 경계선이 무엇인지 절감하게 된다. 그의 개혁운동에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의가 빠져 있고 작은 나라들의 억울한 처지에 대해서 전혀 눈을 돌리지 않는 힘의 논리에 이미 그가 매몰되어 있음을 보는 것은 김진홍 목사가 지금까지 걸어온 삶에 비추어 보면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는 이제 극언하자면, “무늬만 개혁인 개혁적 종교 지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라크 전쟁 개입 당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있고 난 다음 주인 김진홍 목사가 <미국, 북한, 남한>이라는 제목으로 행한 설교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 배경과 의도를 보다 이해하고 이에 대해서 반감을 갖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훈계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있으니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고 북한의 생화학 무기 테러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각 가정이 방독면을 갖추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일본계 미국인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북한에 대한 철저한 폄하로 일관하고 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생화학 무기 등 대량 살상 무기를 미국이 가지고 있는 것은 괜찮지만 미국이 불량국가라고 지목하고 있는 나라들은 가질 수 없다는 식의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하는 자이다. 미국의 전쟁주의자들이 그를 앞세워 미국의 영광을 칭송하게 하고 미국의 논리에 반기를 드는 나라는 <반문명적>이라고 깔아뭉개려고 하는 현실을 김진홍 목사가 아는지 모르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줄서기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그의 설교에서 경악스러웠던 것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줄 서기’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다. 명분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의 동맹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도대체가 자신의 국가적 정체성을 주축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누구 앞에 줄 잘 서야 산다고 하니 이런 비주체적이고 타율적 사고가 어디에 있는가?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나는 우리가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나라 국민, 여러 지도자들이 마음이 하나가 돼서 다섯 가지를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우리나라는 줄서기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지금은 많이 희석되었고 완화되었습니다만 역시 세계는 두 가지 세력이 맞부딪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적으로 열린 체제인 자유 민주 진영하고, 사회주의 전체주의 진영이 지금도 서로 맞부딪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양쪽에 어느 편인가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 유럽을 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 열린 체제와 동맹관계를 확실히 해야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중간에 떠 있다가는 나라에 큰 문제가 생기면 백성들이 큰 재난을 받게 됩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과 친하게 지내자는 이야기라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중국과 러시아와도 국교를 맺어 친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세계 여러 나라와 우호적 선린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김진홍 목사의 논리 속에 강하게 담겨 있는 냉전식 이분법이다. 세계 전체를 두 개의 진영 대립으로 나누어 보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우리가 누구 앞에 줄 서기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식의 발상을 하는 것은 민족적, 국가적 주체성을 저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국가적, 민족적 운명이 언제나 이렇게 강자 앞에 줄서기를 해야 했던 것이 그간의 민족사적 비극이거늘, 그는 친러, 친일, 친중 하지 말고 친미 하자는 식으로 한말 비운의 역사에 등장했던 논리의 하나를 그대로 베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힘도 없는데 무슨 수로 이들 강국을 이겨내는가, 그 가운데 가장 강한 놈 앞에 줄 서면 그나마 살 길이 있다, 이런 식이 아닌가? 성서가 어디 그렇게 가르치고 있는가? 예수께서 언제 그런 말씀을 하신 바가 있는가? 아무리 약자라 하더라도 기죽지 말고 하나님 나라의 의를 구하는 일에 헌신하라, 이것이 기독교 신앙의 깃발이 아닌가?

 

결국 미국이 줄서기를 요구하면 그에 응하라는 권고에 다를 바가 없는데, 오늘날 유럽에서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을 비판하고, 미국의 일방주의가 도마 위에 올라간 사실을 김진홍 목사는 어떻게 설명할까? 유럽은 미국이 줄서기를 강요하자 이에 반발하면서 미국 부시정권의 전쟁논리가 가지고 있는 패권주의와 반 생명적 논리를 문제 삼고 있는데, 그렇다면 김진홍 목사의 이야기대로 하는 경우 우리는 미국과 유럽, 그 어느 쪽에 줄서야 할까? 독일의 피셔 외무장관은 미국이 동맹국들을 <위성국가>로 보느냐고 따졌고, 유럽 연합은 미국이 일방주의 외교로 세계를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것이 김진홍 목사가 말하는 이른바 ‘자유진영’ 내부의 논란이다. 미국은 그 자신의 오만한 일방주의와 패권주의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확전을 겨냥한 논리는 세계적 반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시의 발언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비판과 지탄의 대상

 

오늘날 미국은 자유와 평화를 말로는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폭력으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시키면서 무고한 백성들을 죽음의 화마 속에 몰아 놓고 있으며, 포로들을 짐승 다루듯 하면서 세계적 지탄 받고 있다. 이것이 과연 자유진영, 민주국가라고 하는 나라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이러한 나라 앞에 줄서기를 해야 한다면, 그런 폭력과 그런 야만성을 그대로 용인하라는 것인데 이는 실로 기독교적 신앙양심에 비추어 본다 해도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다. 도리어 김진홍 목사는 자신의 강한 힘을 믿고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이 강국의 오만과 야만성을 비판하고, 우리가 아무리 힘이 없어도 하나님의 의와 뜻을 믿고 당당히 살자, 그래야 옳은 일 아닌가?

 

김진홍 목사는 우리의 젊은 국회의원들이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항의를 하자 이를 “대단히 국가 이익에 맞지 않고 지혜롭지 못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나마 이들 젊은 의원들이 있어서 국가적 자존심이 섰고, 민족적 주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국가이익 운운하면서 어리석은 정치인으로 몰아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방한 과정에서 그나마 유화적 제스처를 썼던 것도 우리 내부의 강력한 항의 분위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인 것을 그가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젊은 정치인들은 국가이익을 해친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항의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 내부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꿀리지 않고 햇볕정책의 장기적 의의를 설득해나갈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김진홍 목사는 미국의 발언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미국 쪽의 생각은 무슨 생각이냐 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 햇볕정책을 열심히 추진하고 남북평화를 이루려고 애를 쓰는 것을 인정하는데, 김정일이 한테 이용당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열심히 북한을 도와주고 있는 동안에 그 돈을 가지고 그 기간에 핵무기를 계속 발전시키고 미사일을 만들어서 세계에다가 수출을 하고, 중요한 것은 생화학 무기를 너무 대량으로 생산, 보유하고 있다, 중동에, 북 아프리카에, 여러 나라에 북한이 미사일을 수출하는데, 미사일을 수출하는 것까지는 봐주겠는데, 미사일을 만드는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걸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생화학 무기를 발전시켜 가지고 미사일을 쏘는 발사대 거기에다가 화학무기, 탄저균 같은 생물무기를 쏘면 서울이나 동경 같은 자유 우방 국가에 탄저균 폭탄이 하나 떨어지면 이거는 글자 그대로 지옥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을 이해를 해야 되지요.”

 

우선 미국은 우리 남과 북이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미국이 간섭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을 반길까? 결코 그렇지 않다. 바로 여기에 미국의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시의 발언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비판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그 발언의 내면에 깊이 숨겨진 저의를 온 세상에 밝혀내는 것이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햇볕정책으로 남과 북이 교류 협력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평화시스템이 굳건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물러서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시대의 통찰자로 나서야 하는 김진홍 목사만한 수준의 목회자라면 미국의 이러한 숨겨진 야심과 우리 민족의 처지를 꿰뚫고 우리 민족의 단결과 민족 통일에 대한 꿈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는 그러한 소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나는 미군이 한국에 있는 것은, 한국에도 절대로 있어야 하고 미국에게도 있어야 됩니다. 미국이 한국을 위해서 미군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도 위하지만 미국 자신을 위해서라도 미군이 있습니다. 그걸 분명히 하고 미군이 한국에 있되, 장소는 용산에서 옮겨야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일 이 말이 맞다 치고, 미국과 우리의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어쩌는가? 이번처럼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주한미군을 움직이는 경우 그리고 우리는 그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쟁을 할 지 모를 위험한 군대를 우리는 언제까지 용납해야 하는가? 그리고 미국을 위해 있는 군대를 우리가 왜 돈을 줘가면서 있도록 해야 하고 서울 시민들의 식수에 독극물을 버려도 좋다좋다 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며, 살인죄를 저질러도 우리는 아무런 재판권도 없이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를 위해 있는 군대의 할 짓인가?

 

“가정마다 식구 숫자대로 방독면을 준비하세요”

 

더군다나 앞에서 인용한 김진홍 목사의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에 가깝고, 또한 논리적으로 옳을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생화학 무기와 핵무기를 생산, 보유하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만일 이러한 무기 보유량만으로 악의 축을 규정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악의 축 가운데 축은 미국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온 세계 무기시장의 제1 수출국이며, 미국이 오늘날 악의 축이라고 지탄하는 이란, 이라크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무기를 판매했던 나라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한 탄저균 문제도 미국에서 미국 내부의 연구소 유출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탄저균 위협의 진원지는 결국 미국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김진홍 목사는 이런 말까지 하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러분 지난 번에 미군에 탄저균 났을 때 우리 나라 기업 중에 재미 본 기업이 있었습니다. 방독면 만들어 가지고 수출한 회사가 밤낮으로 공장 돌렸습니다. 한국제가 세계 제일입니다. 이걸요 만들어 가지고 가정마다 식구 숫자대로 가지고 있어야 됩니다. 대책을 세워야 됩니다.”

 

이에 이르면 우리가 알고 있던 김진홍 목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유치한 ‘전술가’가 되고 만다. 온 세상이 미국에게 생화학 무기 금지조처를 위한 협정에 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까닥도 하지 않고 있다. 생화학 무기를 독점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고, 생화학 무기 금지 조처에 자신은 해당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생화학 무기 금지조처를 취하고 이에 따라서 다른 나라의 생화학 무기를 통제하겠다면 말이 되지만 자신은 더더욱 많은 생화학 무기를 생산, 보유하는 일에 열중하면서 근거도 확실하지 않은 북한의 경우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것은 모두 시비를 걸기 위함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함락시켜야 할 이 시대의 여리고성은 무엇인가”

 

그는 여호수아가 여리고성을 함락시킨 장면을 보기로 들면서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어 여리고성을 함락시켜야 한다는데, 그 함락시켜야 할 여리고성이 이 시대에 무엇일까? 그것은 전쟁을 통해서라도 남북 분단의 대립을 해결하겠다는 부시 대통령과 같은 반 평화적이고, 반생명적 사고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바로 강대국의 생각이자 우리 민족의 앞날에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오는 것이라면 더더욱이 이를 우리 민족 전부가 한 목소리로 부르짖어 우리 민족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미국의 이번 악의 축 발언과 전쟁 불사론에 놀라, 민족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나서는 현실에서 김진홍 목사와 같은 위치의 인물이 이렇게 미국의 강대국 논리를 추종하고 민족의 생존을 염려하는 사람들을 철없는 사람처럼 몰아대고, 미국 앞에 줄서야 된다는 사대주의적 사고를 설교에 담아 설파하고 있는 것은 실로 실망스럽다. 부디, 김진홍 목사는 자신의 그러한 발언에 대해 깊이 되돌아보고 오늘 민족과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진정한 당사자가 누구인지 통찰하여 하나님 나라의 의를 선포하는 일에 부족함이 없기를 바란다.

 

한종호/<꽃자리> 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