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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종소리

by 한종호 2021. 11. 1.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어느 날, 학교가 파하자마자 우리는 월암리로 갔다. 작은 고개 큰 고개 제법 높은 고갤 두 개 넘어야 친구네 집이었다. 


친구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가지, 타래박, 양동이, 삽, 채 등을 챙겨 들고 논으로 갔다. 웅덩이를 푸기로 했던 것이다. 우린 그러길 좋아했다. 산 쪽으로 붙어있는 포도밭 아래 제법 큰 웅덩이였다.


조금씩 줄어드는 물을 웅덩이 속 수초로 확인하며 우리는 열심히 물을 펐다. 놀란 고기들과 새우들이 물 위로 튀었다. 한참 만에 바닥이 드러났다.


우리는 바지를 걷어 부치고 웅덩이 속으로 들어갔다. 미꾸라지, 붕어, 우렁, 새우 등 웅덩이 속엔 온갖 것들이 많았다. 


신나게 웅덩이를 뒤지고 있을 때 멀리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은은한 종소리였다. 그날이 수요일이었고, 그 종은 교회에서 치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당장 옷을 갈아입고 달려간다 해도 늦은 시간이었다. 할 수 없이 난 웅덩이 옆 논두렁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들은 웃었지만 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종소리, 멀리서 들려온 종소리! 그 앞엔 언제라도 무릎을 꿇고 싶다. 주위에서 뭐라 하건, 무릎 꿇는 자리가 어디라 하건 종소리 앞에서는.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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