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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인匠人의 작업실
안녕하세요? 벌써 절기는 망종에 접어들었습니다. 분주한 일정에 따라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벌써 초여름의 문턱을 넘고 있네요. 보리 추수는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부지런한 농부들이 내다 심은 벼 포기가 제법 자리를 잡은 듯 보이더군요. 바람이 불면 제법 흔들흔들 춤도 추면서 한 계절을 넉넉히 살아내는 거겠지요. 도시에 살고 있지만 제 몸 속 깊은 곳에 새겨진 계절의 리듬을 잊지 않으려고 서재 뒤편 손이 닿는 곳에 를 두고 지냅니다. 달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의 노래를 찾아 소리 내어 읽습니다. 그럴 때면 떠나 온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물결처럼 번져오기도 합니다. 내 아버지와 아 버지의 아버지가 대대로 살아온 삶의 방식을 떠올리면 괜히 가슴이 울컥해지기도 합니다.나이가 드는 증거일까요? 오월이라 중하仲夏..
20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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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하나에 글씨 하나
어린 마음에 내 방이 있었으면 몸이 다 자라서는 작으나마 내 집이 있었으면 평범한 소망을 따라서 이제는 내 집이 있고 내 방이 있는데 그래도 마음은 몸 둘 곳 없다 한다 숨과 숨마다 깨어 눈을 감아도 보이는 푸른 하늘과 땅을 둘러보아도 이 땅에 머리 둘 곳 없다 하시며 말끝마다 가리키시던 마음 그 하얀 마음을 닮은 하얀 종이 앞에서 처음 마주했던 우주 그 까마득한 공간 안에서 나의 손끝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서성이고 있는 가 어둔 마음에 뜬 글씨 하나는 별 하나 가슴에 품는다 푸른 싹이 트도록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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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도 별 도리가 없으시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 하나님도 별 도리가 없으시다 나는 확신합니다. 만일 나의 영혼이 준비가 되어 있고,하나님이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와 마찬가지로나의 영혼 안에서도 드넓은 공간을 찾아내기만 하신다면,나의 영혼을 이 강물로 가득 채우시리라는 것을. 글을 쓰다가 뒤뜰로 나가 밝은 달 아래 서니, 소동파의 에 나오는 시 한 수가 문득 떠오른다. “저 강상(江上)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이여,귀로 듣노니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노니 빛이 되도다.갖고자 해도 금할 이 없고 쓰자 해도 다 할 날 없으니이것이 조물주의 무진장(無盡藏)이다.” 이 무진장한 바람과 달빛도 사람이 그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면 스며들 길이 없다. 맑은 바람을 마시면서도 누군가에..
202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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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진로와 성서의 교훈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이 나라 역사에 중대한 획을 긋는다. 오랜 민주화 투쟁의 역사가 일반 서민 대중들의 선택과 저항으로 이어져,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내란세력의 집권을 막았고, 어느 한 곳 성한데 없이 망가져 나라의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라를 바로잡고, 우리 민족의 자주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진력할 역량을 집결시킬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정도를 걷겠다는 자세 이재명 정부의 등장에서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하게 되는 것은 아무런 기존의 특권적 기반이 없는 후보가 역사의 원칙에 충실함으로써, 세상사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오던 한국사회에 원칙과 진실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른바 검찰을 도원한 온갖 ‘정치적 탄압’과 소위 강고한 주류세력의 ‘대세론’이라는 망..
202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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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구나, 이 말이여!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 을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외아들의 영광이었다. 그 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요한복음 1:14) 영원하신 하나님, 하늘과 땅의 창조자가 우리와 같은 존재가 되셨다. 오랜 기간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만 할 아기의 몸으로 태어났다.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먹고, 엄마의 눈을 바라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고,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두리 번거리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는 아기로 말이다. 그리고 그는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곧 칠정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가는 우리들과 다를 바 없이 사셨다. 문득 막스 에른 스트의 그림 가 떠오른다. 무슨 일 때문인지 마리아는 몹시 화가나 있다. 그래서 아기 예수를 자기 무릎에 엎드리게 한..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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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곁으로
...풀꽃 곁으로 쪼그리고 앉아서 오랜 벗인 듯 가장 다정한 사이인 듯 별을 우러러 보듯 풀꽃을 우러러 본다 그리고 아득하고도 생생한 마음 하나를 보물인 듯 꺼내어 비추어 본다 발아래 쪼그리고 앉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우던 예수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하고 햇살 좋은 봄날에 하늘 닮은 가슴을 더듬다가 답을 얻기도 전에 언제나 몸이 먼저 일어나지만 다시금 걷는 걸음 걸음마다 낮은 땅에 핀 풀꽃을 우러르며 걷는다 내가 엎어지고 넘어진 땅바닥엔 언제나 풀꽃이 오랜 벗인 양 아무렇지도 않게 늘 없는 듯 있었음을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