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딸들에게 주는 편지7 인생은 도장(道場 )깨기 딸들에게 주는 편지(7) 인생은 도장(道場) 깨기-말들의 진실- 1. 공자(孔子)께서 자공(子貢)에게 말씀하셨다. “사(賜)야, 너는 뛰어난가보구나. 나는 그럴 겨를도 없는데.”(《논어》, 「헌문(憲問)」편). 곧잘 자기의 입장에서 타인들을 평가하고 비교하길 좋아하는 의기양양한 제자의 허를 찌른 것이다. 아무리 입버릇처럼 거리낌 없이 남의 비평을 해댔기로 되 주고 말을 돌려받자 한 짓은 아니었을 터. 면전에서 스승님께 정면 디스(diss)를 당했을 때 자공의 낯은 어땠을까? 자공의 뒷담화와 달리 예기치 못한 순간 상대의 안면을 직격하는 인간실격선언의 스트레이트(straight)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방망이처럼 정수리 복판에 작렬해 심장 속 양심에서 폭발한다. 위급한 마음을 모면할 길이 없어 어떤 말을 임.. 2017. 10. 17.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 딸들에게 주는 편지(6)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 심령이 가난하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마태복음 5:3). 이 말씀은 마태복음」 5장 1절에서 7장 29절까지 이어지는 ‘산상수훈(山上垂訓)’의 첫 구절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시나이 산에서 모세로 부터 율법을 받았듯이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전에 새로운 계명으로서 산상수훈을 반포하셨다. “율법은 모세로 말미암아 주어진 것이요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것이라”(요한복음 1:17). ‘은혜와 진리(grace and truth)’는 같은 말이다. 은혜 따로 진리 따로가 아니라 은혜가 진리고 진리가 은혜다. 그리스도를 통해서 진리가 왔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은 것이다. 갈라디아서 1장 1절.. 2016. 7. 11. 불멸과 소멸, 자매들의 전쟁에 관하여 딸들에게 주는 편지(5) 불멸과 소멸, 자매들의 전쟁에 관하여 ‘쁘레스뚜쁠레니’와 ‘나까자니에’ 밀란 쿤데라의 《불멸》이라는 소설에는 - 다른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 두 자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 사람은 맏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당연히 맏딸이 아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제일먼저 구약성서의 장자(長子)의 권리를 둘러싼 끝없는 암투가 떠올랐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선택(選擇)과 유기(遺棄)라는 인간문제의 근본적 조건이 아닐까 싶다. 너희가 읽어보면 알게 될 테지만, 구약성서의 장자 다툼은 대부분 차자(次子)의 승리로 끝난다. 그 기나긴 싸움의 역사는 한 형제의 비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세상의 첫 번째 사람이었던 아담의 장자는 가인이지만 신께서는 차자인 아벨의 편을 들어주었다. 창세기는 가인과.. 2016. 1. 18. 모든 진리는 하나다 딸들에게 주는 편지(4) 모든 진리는 하나다 자기를 사랑하는 내가 있는데 또 나 이외에 수많은 사람들도 자기를 사랑한다고 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누구이고 저들은 누구이고 우리 모두는 누구인가? 나의 생각은 저들에게서 오고, 저들의 생각은 나에게로부터 생긴다. 빼어난 천재의 영감은 그보다 더 월등한 전체의 의식으로부터 주어지고 천재는 그 답례로 공동체에게 그를 낳은 보람을 선사한다. 이렇게 우리는 하나다. 높은 사람도 낮은 사람도 없고 고상하거나 천한 사람도 없다. 우리 모두가 높고 낮은 것이며 우리 모두가 고상하고 천박하다. 전체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은 공부가 깊어지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빨리 그것들을 사랑한다고, 사랑해야한다고 말하지 마라. 도스또옙스끼(Фёдор Миха́йл.. 2015. 11. 1. 자기를 사랑함, 생각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딸들에게 주는 편지(3) 자기를 사랑함, 생각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영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요한복음 3:8). 사람이 살면서 직면하는 모든 경험은 그 사람의 인생의 내용이자 그에 대한 공부다.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이 ‘인간은 자연 중에 가장 약한 한 줄기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했을 때, 두 가지를 말한다. 갈대와 생각! 갈대의 생각은 흔들림이고 흔들림은 갈대의 본질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냥 갈대(흔들림, 생각)가 아니라 생각하는 갈대다.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인간은 무의미한 생각들에 불과할지라도 그것들을 개관(槪觀, 생각)함으로써 전혀 다른 .. 2015. 10. 24. 진정성에 대하여 딸들에게 주는 편지(2) 진정성에 대하여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웃과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그 다음이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말도 아니고 이웃과 타인을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아니다. 이 둘은 언제나 같이 간다. 같이 감으로써 서로를 보완하고 고쳐주고 완성시킨다. 그러나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먼저는 자신을 아는 것이고 그 다음이 자기 자신에 기반한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다. 이때의 실천이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우러나는 육친(肉親)적 사랑이다. 육친(肉親)이란 곧 내 몸이다. 아빠가 너희를 사랑하듯, 엄마가 너희를 사랑하듯, 너희는 곧 우리의 몸이다. 누가 자기 몸을 이 세계의 전부로서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랑이란 그런 것이니 억.. 2015. 9. 16. 영적인(참된) 삶에 관하여 딸들에게 주는 편지(1) 유언(遺言) 나는 지난 6월 메르스에 감염되어 서울대병원 격리병동에서 1주일간 투병했다. 내게는 팔순의 노모와 아내 그리고 세 딸이 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3학년이다. 아이들의 외할아버지는 앞서 메르스에 감염되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돌아가셨다. (주께서 그분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시기를!) 할아버지와 아빠의 감염으로 아이들은 40여 일간을 집에서 격리된 채 보냈다. 아이들은 한 집에서도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 방에서 지내야 했다. 학교에 가는 것은 물론, 제 엄마조차 유리창 너머로 바라볼 뿐 가까이 다가 갈 수 없었다. 내가 한밤중에 구급차에 실려 격리 병동에 들어가야 했을 때, 어머니와 아내와 아이들은 마당에 나와 집을 떠나는 나를 전송했다. 나는.. 2015. 9.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