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

사진/김승범

 





내게 있는 모든 의지를 떨구십니다

봄날의 꽃잎처럼 사방 흩어 놓으십니다

이 땅에 내 것이라 할 것 없는 나는

가난한 나무처럼 제 자리에 머물러 

가만히 눈 감고 안으로 

푸르게 깊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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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책





돈냄새가 없는 책
추천사가 없는 책

전쟁 후 서울에서 태어나
이 땅을 살아오는 동안

반평생의 구비길을 넘고 넘으며
글에서 없는 냄새를 풍길 수 있다니

글을 읽으면서
있음을 찾으려다가

이 땅에서 
나를 세운 흔적이라고는

마땅히
없고 또 없어서

눈물을 지우고서 바라보는
제주의 푸른 바다와 하늘처럼 

출렁이며 
때론 잠잠한 맑은 글에

비추어 되돌아볼 것은 
없는 나 자신 뿐이었다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최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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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비

사진/김승범

 




꽃잎이 꽃잎을 감싸며
꽃잎이 꽃잎을 안으며

작고 순한 이름들이
꽃잎비로 내린다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장 순한 몸짓으로

서로를 감싸며
서로를 안으며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산을 감싸며 
한 잎의 시가 되고

들을 안으며 
한 잎의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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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둘레둘레 민둘레

둘레길에 민둘레

민둘레가 피어서 

둘레둘레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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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춤

 

 





꽃이 춤을 춘다

하늘 하늘 하늘

꽃이 웃음 짓는다

하늘 하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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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곁에





 

 

민들레 곁에 
가까이 앉으며

노란꽃 언저리에
떠돌던 숨을 얹는다

봄바람 같은
봄햇살 같은

꽃잎마다 결결이
숨결을 고르다가

숨이 멈추어
쉼이 되는 순간

웃음이 난다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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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하늘처럼

 



밤하늘 불을 끄실 때
내 방에 불을 켠다

새벽하늘 불을 켜실 때
내 방에 불을 끈다

어둔 밤이면 
전깃불에 눈이 멀고

환한 낮이면 
보이는 세상에 눈이 멀고

언제쯤이면
나도 하늘처럼

밤이면 
탐욕의 불을 끄고서

어둠 한 점 지운 별처럼 
두 눈이 반짝일까

새벽이면 
마음에 등불을 켜고서

하늘 한 점 뚫은 해처럼
두 눈이 밝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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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인심





물 한 잔 드릴까요?
하고 얼른 물으면

바빠요!
하며 냉큼 달아나신다

택배 기사님도
배달 기사님도
집배원 아저씨도

물 한 모금
삼킬 틈없는

나무 꼬챙이 같이 
삐쩍 마른 뒷모습에

넉넉한 물 인심이
가슴 우물에 먹먹히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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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 새




무한한 날갯짓으로 
몸무게를 지우며

무심한 마음으로
하늘을 안으며

새가 난다
하늘품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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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빗, 참빛



가지런히 꽂힌 책들이 모여
빗살 촘촘한 참빗이 되어

머리카락처럼 헝클어진
생각의 결을 가지런히 빗겨준다

한 권의 책
한 개의 사상
한 개의 종교만 내세우는 건

한 개비의 꼬챙이로
머리 전체를 빗겠다며 날을 세우는 일
나와 너를 동시에 찌르는 일

나와 너를 살리는
이 땅에 모든 생명을 살리는 공기처럼 
공평한 참빗의 빗살은 누구도 해치지 않는

촘촘한 햇살
촘촘한 빗줄기
촘촘한 바람의 숨결

하늘의 그물은 회회(恢恢) 성글어도
어린 양 한 마리도 빠뜨리지 않는 법

오늘을 빗는
빈 마음의 결마다
참빛으로 채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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