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건용의 '짭쪼름한 구약 이야기'/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3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3)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 어느 희망에 관한 이야기 욕망과 지배 마지막 계명 역시 겉으로 드러난 행위가 아닌 마음에 품고 있는 ‘욕망’을 문제 삼습니다. 성서에서 ‘욕망’이란 말이 처음 등장하는 구절은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인 창세기 3장 16절이란 사실을 아셨습니까? 한글성경이 이 구절은 다양하게 번역해서 원래 뜻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영어성경을 참고해야겠지요. 우선 한글성경을 보겠습니다. 개역개정판은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라고 번역했고 표준새번역은 “네가 남편을 지배하려고 해도 남편이 너를 다스릴 것이다.”라고 번역했으며 공동번역은 “(너는)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리라.”.. 2016. 5. 23.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2)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 어느 고독에 관한 이야기 ‘탐심’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가톨릭의 십계명은 이웃의 아내에 대한 탐심과 소유물에 대한 탐심을 구별해서 각각 아홉 번째, 열 번째 계명으로 세고 개신교는 이웃의 둘을 하나로 묶어 열 번째 계명으로 셉니다. 이 글은 가톨릭 셈법에 따라 영화를 따라가므로 이 글에서는 이웃의 아내에 대한 탐심만 다룹니다. 탐심에 대한 계명이 맨 뒤에 나오므로 다른 계명보다 가볍게 여겨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계명을 어기는 행위 밑바닥에는 ‘탐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맨 앞에는 야훼 하느님 이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는 야훼 유일주의 신앙을 배치하고 맨 뒤에는 죄악의 뿌리인 ‘탐심’을 배치함으로써 십계명은 하느님에서 시작한 .. 2016. 5. 2.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3)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1)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3)-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진실과 거짓을 어떻게 구별할까? ‘거짓 예언’과 ‘거짓 예언자’는 예언서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주제입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모든 예언자들이 야훼의 참 예언자는 아닙니다. 그 중에는 거짓 예언자들도 섞여있는데 그들에게 ‘거짓 예언자’라는 명찰이 붙어있지 않아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서는 거짓 예언자를 구별하는 기준을 말합니다. 예컨대 신명기 18장은 야훼께서 말하라고 하지 않은 것을 야훼의 이름으로 제 맘대로 말하거나 다른 신들의 이름으로 말하는 사람은 거짓 예언자라고 말합니다(20절). 또 “예언자가 야훼의 이름으로 말한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말은 야훼께서 하신 말씀이 아니니 너희는 제.. 2016. 3. 28.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2)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0)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2)-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조피아(Zofia)는 바르샤바 대학에서 윤리학을 가르치는 나이 많은 교수인데 어느 날 엘즈비에타(Elzbieta)라는 사십 대 폴란드 출신 미국 여인이 그녀 수업에 청강을 신청했습니다. 둘은 구면(舊面)이었습니다. 조피아가 뉴욕에 머물렀을 때 엘즈비에타가 그녀 논문을 번역해준 적이 있었던 겁니다. 그녀는 바르샤바에 머물며 2차 대전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의 삶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날 수업의 주제는 ‘도덕적 딜레마’였습니다. 한 학생이 남편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인과 중병에 걸린 남편, 그리고 남편을 돌보는 의사에 관한 얘기를 꺼냈습니다. “야훼의 이름을 헛되이.. 2016. 3. 26.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1)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9) 네 이웃에 대해서 거짓증거하지 말라(1)- 어느 과거에 관한 이야기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 키에슬롭스키의 영화 은 계명을 직접 다루지도 않고 신에 대해 직접 얘기하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삶과 죽음, 신의 존재 등을 수수께끼, 징표나 징조, 우연이나 갑작스럽고 기이한 운명의 장난 같은 사건들로 표현합니다. 이 영화를 십계명에 대한 현대적 비유(parable)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영화를 집중해서 봐야 각 계명과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계명을 읽으면서 간과했던 점을 발견합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삶과 죽음, 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 등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룹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계명을 다루지만 거기에 다른 계명들이 암시.. 2016. 3. 25. 간음하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8) 간음하지 말라 - 어느 사랑에 관한 이야기 - 일부다처제 사회에 주어진 계명 “요즘 젊은이들은 성에 대해서 너무 자유분방해서 큰일이야.”라고 걱정하며 혀를 차면 그 사람은 기성세대에 속한다고 왕따 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기성세대만 이런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수십 년 전, 아니 수백 년 전에도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함을 염려했을 터이다. 기성세대 눈에 젊은이들은 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존재니 말이다.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은 히브리어로 단 두 단어로 이루어진 짧은 계명으로서 설명을 달 필요도 없이 자명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진 않다. 언뜻 보기보다는 생각할 점들이 많다는 얘기다. 우선 계명이 주어졌던 시기 사회적, 종교적 상황 속에서 계명이 .. 2015. 11. 5. 도적질하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7) 도적질하지 말라 - 어느 고백에 관한 이야기 - 단순히 유괴하지 말라는 계명인가?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은 뜻이 분명해서 다른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토록 당연한 걸 굳이 계명으로 삼아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 계명을 세 번만 소리 내서 읽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도둑질하지 말라고? ‘무엇을’ 도둑질하지 말라는 뜻인가? 이 계명에는 목적어가 없다! 아무리 십계명이 법정에서 사용되는 법률이 아니라 해도 그렇지, 적어도 도둑질의 목적어는 있어야 하지 않나! 안 그런가? 본래 이 계명은 유괴하지 말라는 뜻이었단다. ‘사람 도둑질’ 하지 말라는 말이다. “사람을 유괴한 자는 그 사람을 팔았든지 자기가 데리고 있든지 반드시 사형에 처하여야.. 2015. 10. 25. 네 부모를 공경하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6) 네 부모를 공경하라 - 어느 아버지와 딸에 관한 이야기 '가족'이란 무엇인가? 20여 년 전 미국에 왔을 때 오랫동안 이민생활을 한 사람들에게 미국생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는 낯선 곳에서 삶을 시작해야 하는 내게 큰 도움이 됐다. 그 중에 미국에서는 한 가족이라고 말해도 아이를 두고 “엄마를 닮아 예쁘다.”거나 “아빠를 닮아 잘 생겼다.” 같은 말은 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었다. 아이가 현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 부인이나 전 남편의 자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은 한국에도 서로 다른 가정을 이루고 살다가 새로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가족은 무엇이고 누가 가족을 구성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 2015. 9. 22. 살인하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5) 살인하지 말라 - 어느 살인에 관한 이야기 살인의 정의 사람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또 사람이 제 목숨을 되찾는 대가로 무엇을 내놓겠느냐?”(마태복음 16:26)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공감할 거다. 그런데 십계명 중 가장 까다로운 계명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라면 믿을 수 있겠나? 그건 다른 어떤 계명보다 이 계명에 ‘합법적’ 예외가 많기 때문이다. ‘살인’(殺人)은 사람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 계명은 히브리어로 ‘살인하다’(to kill)와 ‘말라’(not)라는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누가 누구의 생명을 어떻게 빼앗느냐는 방식과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살인을 금.. 2015. 7. 29.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