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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오늘밤에도 어김없이 하루를 까맣게 지우시고 밤새 놓지 않으시는 숨 숨은 듯 있는 숨을 고르는 밤 누운 듯 선 지평선에 기대어 닫힌 듯 열린 수평선에 기대어 숨을 고르는 일은 몸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업무 태초의 아침을 기다리는 새벽별 하나 그리고 그리운 손길 하나가 아침 햇살로 다시 쓰시는 또 하루 2026. 8. 17.
장기려의 신앙, 그 중심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폭염과 폭우를 동반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언제 본격적인 여름 한철의 이상기온도 한풀 꺾이고, 가을의 소슬함이 찾아올까. 세상 만사에 아귀다툼이 그치지 않고, 육신은 고단하며 영혼은 지치기 쉬운 때에 우리에게 믿음의 성숙함은 간절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정치는 이미 우리에게 고역스러운 화제가 된지 오래이며, 경제도 불안하고 사회는 여전히 안정의 길을 가지 못하고 혼돈의 연속이다. 한마디로, 이리저리 휘둘리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개신교인의 신앙적 현실을 말할 때 이미 그 양적 부흥기를 한참 지나 오늘날 물량주의와 출세주의, 배타주의, 반이성주의 등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신앙이 ‘시험에 처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왜 이러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분명 .. 2026. 8. 16.
흔히들 알고 있는 헨델의 모습과 다른 차원의 면모 이 세상에 나온지 달포가 지나고 있네요. 이 책은 헨델의 음악세계 못지 않게 그의 삶을 추적해나간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자 지강유철은 이미 그런 관점과 역량을 그의 에 풍부하게 담아냈지요. 그런 저자의 책이라는 점에서 얼핏 헨델의 음악세계에 대한 전문적 논지를 펴지 않을까라고 여길 독자들은 이 책에서 헨델의 음악과 삶을 동시에, 그리고 깊이 조명하게 됩니다. 제목을 헨델 “극장”으로 붙인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극장은 단순한 공연장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그곳이 하나의 입체적인 설교공간, 성서와 대중이 만나는 또 다른 교회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페라 극장과 달리 오라토리오의 형식 안에서 기존에 배제되어 있던 인물들을 극적 주인공으로 삼은 것 역시도 헨.. 2026. 8. 16.
유경재 목사의 생명과 역사신학, 그 시대적 육성의 소중함 요즘,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을 뒤적이면서 새로운 감흥에 젖는다. 정대위 선생님의 을 읽으면서도 그렇고 유경재 목사님의 도 참 드문 설교집이다. 30여 년 전에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유 목사님을 인터뷰할 때의 기억도 아스라하다. 아래의 글은 목사님의 설교집을 읽고 나름 정리한 내용이다. 안동교회에서 30년 가까이 목회에 헌신했던 유경재 목사, 그의 설교는 한마디로 이 시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는 사명에 철저하게 충실하다. 기독교를 제도적으로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복주의적 선교가 아닌, 이 세상의 문제를 하나님의 마음으로 다가가 푸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신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의 설교는 이 땅의 고뇌를 있는 그대로 껴안고 사랑과 생명의 길을 열어가는 예언자적 육성.. 2026. 8. 7.
질문이라는 열쇠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진 이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많은 것들이 마음과 감정을 담은 것들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성탄 카드입니다. 직접 카드를 만들고 손으로 글씨를 써서 인사를 나누던 시간이 까마득하게 여겨집니다. 그런데도 지난 성탄절 이런저런 카드를 받았으니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받은 카드를 모두 정리했지만, 책상 옆 창가에 한 장 남겨둔 것이 있습니다. 서 전도사님이 보낸 카드입니다. 길을 잃고 헤매던 자신을 다시 사역의 길로 이끌어주어 고맙다며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말씀의 맑은 샘을 준비하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말이지요. 목사가 되기 전 단계인 수련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잊을 수도 있었던 당부를 조심스.. 2026. 6. 1.
헨델의 오라토리오, 은밀하면서도 단호한 예술가의 저항 음악사의 거대한 이름 뒤에 숨겨진 한 인간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경이롭다. 지강유철의 『헨델 극장』은 우리에게 바로크 음악의 거장이라는 박제된 수식어를 떼어내고, 뜨거운 심장을 가졌던 한 인간 헨델의 생생한 삶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헨델의 ‘유언장’을 프리즘 삼아 그의 생애를 조망한다. 유언장에 적힌 이름들과 유산의 목록은 단순한 재산 분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자신과 곁을 나눈 이들을 얼마나 깊이 환대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고백록이다. 유언장을 통해 만난 헨델은 멀리 있는 거장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곁의 다정한 이웃처럼 다가온다. 그는 자기 시대에 발을 딛고 살았지만, 결코 시대의 통념에 매몰되지 않았다. 복잡하.. 2026. 5. 28.
헨델의 음악 세계와 생애에 대한 통찰 헨델은 우리가 ‘음악의 어머니’라는 알 수 없는 표현으로 인식해왔고, 동시대의 바흐가 가진 위대함과 인기에 밀려서 때로는 잊힌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헨델의 이름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메시아」라는 연중행사로 겨우 우리의 망각을 깨우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의 시대에 바흐가 독일 한 지방의 작곡가였다면, 헨델은 온 유럽을 휩쓸던 슈퍼스타였습니다. 그는 특히 많은 오라토리오와 오페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부유했으며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만 올리는 전용 극장을 가진 최초의 작곡가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겉모습일 뿐, 헨델의 삶은 참으로 진실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는 「메시아」의 모든 수익을 자선병원으로 보냈으며,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재산을 주변의 하인과 과부 등 빈곤한 사람들에게.. 2026. 5. 15.
나는 도망자였다 나는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자랐다. 매일같이 맞았다. 때리는 손보다 더 무서운 건, 숨조차 삼켜버리는 그 공기였다. 말이 사라지고 숨도 납작해지던 시간들. 중학교 2학년 봄, 나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 문을 넘는 순간, 나는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다른 도시에서 나는 붙잡혔다. 나를 붙든 건 누군가의 명령이 아니었다. 누구의 손도 아니었다. 그저 한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해 처음 교편을 잡은, 20대 중반의 여 선생님이었다. 구두는 벗겨졌고 스타킹은 찢어졌는데도, 그분은 한마디 말 없이 나를 따라 언덕을 올랐다. 그날, 그 벼랑 위에서 선생님은 내 손을 붙잡고 울었다. 아무도 나를 위해 울어주지 않던 세상에서, 처음으로 한 사람이 나를 위해 울어주었다.그날 이후, 나는 달라졌다. 더는 그.. 2026. 3. 26.
반디는 폭풍이 불어도 빛을 잃지 않습니다 - 요나서 앞에 선 우리 모두 - 조원태 목사의 책 『요나서가 묻는 질문 17』은 흔들리는 이 시대의 모두에게 주어지는 일깨움입니다. 거대한 물고기 뱃속에 삼켜진 한 예언자의 이야기로 유명한 성서 가운데 한 권이 사실은 얼마나 우리의 삶과 밀착해 깊은 질문과 만나게 하는가를 보여줍니다. 그건 우리 자신의 실존이 추적해 들어가는 삶의 의미만이 아니라 역사의 풍향계를 내다보게 합니다. 고아원 출신이자 가난했던 시절, 그리고 깊은 병(대장암 3기)의 자국이 온몸에 박혀 있는 저자가 요나서를 읽는 방식은 치열하면서도 목숨을 거는 투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의 문장들은 하나도 가볍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글을 읽는 것이 힘겹다거나 쉽게 다가서기 어렵다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런 무게와 깊이가 만들어내는 표현들은 도리어 사뭇 단순하.. 2026.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