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니?”



초등학교 시절, 난 줄곧 반장 일을 보았다. 반장 일이란 게 특별나지 않아서 조회, 종례시간 선생님께 인사하고, 선생님이  자리를 잠깐 비울 일 있으면 자습을 시킨다든지, 책을 읽힌다든지 그런 일이었다.


반장 일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건 환경정리를 할 때였다. 방과 후에 몇 명이 남아 교실의 환경정리를 했던 것인데, 대부분은 선생님을 도와 드리는 일이었다.


액자를 새로 달 때나 글씨를 써서 붙일 때는 으레 키가 크신 선생님이 그 일을 맡았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은 “됐니?” 하며 액자나 글씨가 똑바로 됐는지를 물었다.


난 그게 어려웠다. “됐어요.” 소리가 선뜻 나오질 않았다. 확연히 삐뚤어진 거야 “좀 더 위로요, 좀 더 아래로요.” 할 수 있었지만 얼추 비슷하게 맞았을 때는 뭐라 대답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내 판단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똑바른지 아닌지, 내 의사를 밝히는 일은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내 눈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떤 사람 어떤 일이라도 맘속으로 오랫동안 곱씹게 되는 건, 그러면서 내 판단이 일방적이지 않기를 애쓰는 데에는 초등학교 시절 환경미화시간, “됐니?” 하며 물었던 선생님 물음에 대답이 어려웠던 그 일이 아직껏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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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소식

정릉감리교회, 성탄



보지 않아도 안다. 이때쯤 도시의 모습이 어떠할지를. 어느 때보다 더욱 눈부시게 번쩍일 것이고, 신나는 캐럴은 인파만큼이나 거리마다 가득할 것이다. 예쁜 포장의 선물들이 사람들 손에 들려 있을 것이다.

빈들, 환영(幻影)처럼 서 있는 짚가리들. 무심한 참새 떼가 무심히 날고, 번번이 아니면서도 번번이 울어 혹시나 기대를 갖게 하는 뒷동산 까치들. 일 년 농사 마치고 모처럼 쉬는 소들. 일 때문에 모른 척, 아닌 척했던 병약함을 소일거리 삼아 맞는 사람들. 그렇게 겨울잠에 든 듯 조용한 마을.


2.000년 전 예루살렘과 베들레헴도 그러했던 거라면 이 계절, 오늘 이 땅에 전해질 기쁜 소식은 무엇인지. 그런 게 있기나 한 것인지.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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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무릎





무릎 꿇는 일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요

꿇으라면 꿇는 일이
못할 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남의 가게 밖 우편함에다가 
전단지 종이 한 장 넣은 일이 죄가 된다면

가게 주인이 신고를 하고 몸소 고소를 당하시어
국가 공무원 경찰까지 출동할 만큼의 죄가 된다면

그 죗값 순순히 치르시고자
가게 주인과 경찰들의 발아래 무릎 꿇고 앉으신 어머니

돌처럼 단단한 그들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돌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두 손 모아 비신 어머니

그런데 이제껏 한평생을 어찌어찌 살아오셨길래
어느 누군가의 떨리던 손으로 포착했을 그 한 순간에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어머니의 모습은
눈물이 핑 돌고 뼈가 저리도록 시렸을 그 가슴 아픈 한 순간조차도

칠순의 고개를 넘기신 어머니 모습은 
제가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자녀를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한대서 얇은 패딩 잠바 한 겹 입으시고 
이 추운 겨울 날 종종 걸음 걸으시다가

우편함에 종이 한 장 넣은 일이 만약에 죄가 된다면
그 말도 안 되는 죗값 순순히 치르시고자

손주뻘 밖에 안 되는 
양심이 돌 같은 가게 주인 앞에서까지도 몸을 낮추시고

무릎을 꿇고 앉으시어
두 손 모아 비시는 우리의 어머니

까마득한 그 옛날부터 
우리 어머니들의 양심은 

종이 한 장보다도 얇고 투명하여 
숭고하기까지 한 하늘을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내내 
돌 같던 제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제 눈에서도 눈물이 핑 돌아서
겨울비처럼 가슴이 시리도록 뜨겁게 볼을 타고 흐릅니다

그대로 이 눈물에 
제 어둔 두 눈이 말갛게 씻기도록

가슴을 치는 이 아픔에 
돌처럼 단단한 제 가슴도 부서져 보드라운 흙먼지가 되도록 그러하다가 사라지기까지

저도 그처럼 어머니의 순한 양심을 닮아서 
세상을 향하여 또 하늘을 향하여 오히려 순하게 무릎을 꿇으렵니다

절에 가선 
부처님 발아래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빌게요

교회에 가선
하나님과 예수님 앞에 두 손 모아 빌게요

성당에 가선
하느님과 예수님과 성령님 앞에 묵묵한 눈물로 빌게요

하지만 지금 제게는 딱히 갈만한 교회도 절도 없답니다
그냥 제가 있는 이 집 골방 그 어디서든 고요히 앉아 혼자서 기도할께요

이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제 양심이 종이 한 장으로라도 가려지지 않도록

그리하여 하늘을 덮는 일이 없도록 
하늘을 우러러 비나이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려고
제자들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앉으시어

이 어둔 세상에 몸을 나투신 예수님
너희들도 이처럼 세상을 사랑하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요

종이 한 장보다도 얇아서
없는 듯 투명한 양심의 하늘을

참되고 선한 진리의 영
성령님의 바람처럼 없는 듯이 살아가는 길은

저도 어머니처럼 양심적으로 살면서
매 순간마다 순하게 살고 싶어요

제게 다가오는 그 어떠한 한 순간조차도
어머니처럼 아름답게 기도하는 모습이 되도록이요

잘 하셨어요, 
사랑하는 어머니

양심이 돌처럼 단단해지려 하고 
눈물이 메말라가던 이 세상을 

어머니는 순한 양심으로 
이 세상을 이기신 거예요

돌처럼 단단해지려는 
우리들의 가슴팍이 무너지고 

메말라가려던 우리들의 눈물샘에서 
지금 이렇게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예요

칠순의 고개를 넘으시기까지
그 모질고 긴긴 세월을 살아오시는 동안

여리도록 순한 양심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

추신 : 바람이 전하는 말

이 세상에는 양심이 법전처럼 두꺼워져 
양심이 돌처럼 굳어 단단해진 이들도 더러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꽉 막힌 숨통으로 숨은 쉬고 사는지 걱정이다.
그들은 바람이 부딪혀 다른 길로 돌아가게 만드는 돌 같은 심지는 있다. 

하지만 단지 새롭게 부는 역사의 바람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그냥 그 자리에 욕심껏 박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길이 되지 못한다. 꽉 막힌 돌이니까. 

순한 양심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고 가신 선물,
한민족의 하늘을 닮은 선하고 밝은 양심은 진리의 성령.

이 양심이 종이 한 장처럼이라도 두꺼워지는 일이 없도록 성성적적, 매 순간 깨어서 단속할 일이다. 

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마음을 지키라고 하신 하느님의 당부 말씀이 저녁 바람처럼 가슴께를 스친다.

이 풍진 세상에 태어나 사람으로 살아가는 동안 늘 깨어서 하늘에 부는 바람처럼 투명하고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일이다. 

없는 듯 가벼워진 가슴으로 이 한 세상 맘껏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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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은밥



전기밥솥을 사용하는 요즘이야 맛보기가 힘들어졌지만 불을 때 밥을 짓던 어릴 적엔 밥솥 밑에 눌어붙은 누룽지 맛이 일품이었다. 누룽지는 좋은 간식이었다.


밥을 먹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숭늉맛과 함께 누룽지에 물을 부어 만든 눌은밥의 구수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남아있다.


난 특별히 눌은밥을 좋아했다. 눌은밥을 좋아한다는 걸 은근히 강조했고, 식구들도 인정할 만큼 난 눌은밥을 즐겨 먹었다.


뭘 먹어 키가 크냐고 누가 물으며 눌은밥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눌은밥을 좋하했던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그땐 단순히 눌은밥이 좋아 그러는 줄 알았지만 지금 와 생각하니 눌은밥을 좋아했던 건, 또 다른 의도가 있었다.


어릴 적엔 분명 먹거리가 넉넉지 못했다. 한껏 배불리 먹는 것에 대한 미련이 늘 남아있던 때였다. 왠지 그릇을 비우면 아쉬움이 남곤 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던 게 눌은밥이었는데 ,난 은근히 눌은밥을 좋아한다는 걸 알려 놓음으로써 눌은밥을 우선적으로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었던 것이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은근히 말을 둘러대 유리함을 차지하려고 했던 어릴 적 눌은밥, 지금의 난 또 무엇을 좋아한다 하여 내 좋아하는 것들을 그럴 듯이 차지할 유리한 지점을 찾고 있는 것인지.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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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껍질



어릴 적 동네 뒤편엔 작은 동산이 있고, 그 동산엔 제법 굵기도 하고 키도 큰 소나무 몇 그루가 어린 소나무들과 함께 서 있었다. 심심할 때면 우리는 뒷동산에 올라 나무를 타고 오르기도 하고 굵은 가지에 끈을 매달아 그네를 타기도 한다. 두툼한 소나무 껍질을 떼어 낸 후 배 모양으로 깎아 꽁무니 쪽에 송진을 바르면 송진은 이내 무지갯빛으로 퍼지며 배를 앞으로 밀어냈다.

지금도 기억하는 건 언젠가 할머니가 꺾어준 소나무 껍질이다. 할머니는 소나무 가지를 꺾어 조심스레 껍질을 벗겨낸 후 껍질 속의 또 한 껍질을 건네주었다. 먹어보라는 것이었다. 입안으로 확 퍼졌던 송진 냄새, 소나무 껍질을 벗겨 주며 할머니는 당신이 한 평생 겪어온 보릿고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난리가 났을 땐 그것도 없어 못 먹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돌아가신 이후로, 기억보다는 사진 속 모습으로 남아있는 할머니. 그러나 할머니가 건네주었던 소나무 껍질은 이상하게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쉽지 않은 송진내와 함께 할머니 세대가 겪어온 가난과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를 일러주는 기억으로.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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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생의 글씨 찾기



어릴 적 했던 놀이중 하나는 글씨 찾기였다. 술래가 딴 데를 보고 있는 사이 땅바닥에 글씨를 새겼다. 


땅을 판판하게 고른 후 막대기를 가지고 글씨를 새겼는데, 글씨를 새긴 후에는 다시 새긴 글씨를 덮어 발로 꾹꾹 밟아 글씨를 지웠다. 그리고 나면 술래가 나서 새긴 글씨를 찾는 놀이였다. 


조심조심 손으로 흙을 쓸다보면 조금씩 새긴 글자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새긴 글씨를 맞춰내면 술래가 바뀌곤 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나면 이내 땅거미가 찾아들고, 그리고 나면 하늘엔 하나 둘 별이 돋기 시작한다. 먼저 불 밝힌 별이 옆 자리 별에게 불 건네주는 듯. 하나 둘 별빛이 번져간다.


-난 꺼졌어. 다시 한 번 줘.


교회 계단에 앉아 별빛 번져가는 초저녁 하늘을 바라보다 어릴 적 글씨 찾기 놀이를 생각한다.


숨겨진 글자를 찾아내듯 조심스레 뜨는 별. 내 생(生)에 새겨진 글자는 무엇일지. 내게 주어진 시간 위에 새겨진 글자는 무엇일지. 


조심조심, 땅 위에 새긴 글씨 찾기 위해 흙을 쓸어 내렸듯 그렇게 생을 보듬고 싶다. 마침내 드러날 생의 의미.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생의 글씨 찾기.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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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드릴게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저에게도
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도드릴게요

바람결에 무심히 날려온 
마른 풀씨 같은 말 한 톨

기도드릴게요

저는 말을 믿어요
씨앗은 자란다는 진리처럼

아무리 작은 말 한 톨이라도
그 말을 믿어준다면

아무리 하찮은 말 한 톨이라도
그 말을 품어준다면

햇살과 비를 맞은 씨앗이
언젠가는 자라서 나무가 되고 꽃을 피우듯

웃음과 눈물로 품은 기도는
아름답게 자라난다는 사실을

저는 믿어요
저를 위해서 기도드린다는 당신의 말도

우리를 위해서
우리를 대신해서

기도드리고 계신다는 
성령님의 마음을 닮은 그 마음으로

기도드릴게요

이 말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제겐 가장 든든하고 기쁜 선물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당신을 위해서 

기도드릴게요

제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당신이 잘 되기를 바라는 이 마음이

이 기도의 말이 사실은
가장 먼저 저를 행복하게 해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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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 너는 별




이제는 괜찮아요
어둔 밤이 날 찾아와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길
어디로 가야 하나

누구에게 말을 걸까
아무도 없는데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도 몰라

그렇게 가끔
어둔 밤이 날 찾아오면

나는 그대로 
고요한 밤이 되어도 좋아요

밤이 깊을 수록
별은 더욱 빛나니까요

긴긴 겨울밤 
울며 마음속까지 시린 날

홀로 앉아 바라보던 
곱디 고운 밤하늘처럼 

내가 그대로 
거룩한 밤이 될 수 있다면

너의 고운 두 눈에 맺힌
별처럼 빛나는 눈물이 보일 테니까요

작고 마음이 가난한 내가 
그리할 수 있다면

나는 혼자서도 아름다운 
밤이 될래요

이름도 없이 
슬픈 너는

아름다운 나의 별이 되어서
두 눈 반짝이는 웃음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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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는 시작



목요성서 모임에 참석하는 한 자매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하여 위문차 병원을 찾았다. 2층 맨 끝 방,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그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을 깨우지 않으려 잠시 기도하고 그냥 나오려는데, 침대 책상에 놓인 책과 원고지가 눈길을 끌었다. 얼마나 급한 것이기에 병원에 와서도 원고지일까 바라보니 원고지엔 성경 말씀이 적혀 있었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시편 1편 말씀이었다. 또박또박 쓴 글씨, 마치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간 아이가 처음으로 글자 공부한 듯 반듯반듯한 글씨였다. 마음에 새긴 조각인 듯 글씨가 그랬다. 성경말씀이 끝난 맨 아랫줄에는 한 줄 기도문이 적혀 있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순종과 인내를 가르치소서."


그렇다. 그는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병실에 누워서.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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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뿐인 할머니의 전화



“글쎄, 이번 달엔 전화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유. 쓴 적두 별루 읍는데.”


속회예배를 마쳤을 때 윤연섭 할머니가 전화요금 걱정을 했습니다. 조그마한 오두막집에 홀로 살고 계신 할머니가 전화를 놓은 건 재작년 일입니다. 혼자가 되신 어머니를 위해 자식들이 돈을 모아 전화를 놓아 드렸던 것입니다. 눈이 어두운 어머니를 위해 전화기의 반이 숫자판으로 되어 있는 전화기를 골라 샀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 할머니는 드물긴 하지만 전화 걸 일 생기면 ‘건넌말 애덜 불러다 숫자 눌러 달라’ 하던지, ‘애덜 읍슬 땐 전에 그랬듯 딴 집 가 돈 주고 걸든지’ 그렇게 지내오고 계셨던 것입니다. 거의 수신전용 전화기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그런데 요금이 많이 나왔다니 얼마나 나왔을까 궁금하여 여쭙자 “삼천 원이 넘게 나왔어유. 매달 천 몇 백 원씩만 내문 됐는데.”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삼천 원이 넘게 나와 걱정하는, 기다림뿐인 할머니의 전화. 순간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바람처럼 맘속을 지났습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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