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관의 '노래 신학'15 어떤 바람 홍순관의 노래 신학(15) 어떤 바람 호시노 도미히로 시 / 한경수 곡 - 1993년 만듦, ‘신의 정원’ 음반수록 -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나무에 불면 녹색 바람이 꽃에 불면 꽃바람 되고요. 음~ 바람은 방금 나를 지나간 그 바람은 어떤 바람 됐을까 시대의 죄가 사무칩니다. 뛰어노는 아이들을 차마 떳떳이 볼 수가 없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 동그란 눈을 뜬 아가의 눈을 차마 또렷이 대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앞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우리가 어떻게 그 일들을 마주했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기억 한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죽음의 나이를 센다든지,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과거에 일어난 일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깊은 관심과 세심한 살핌 없이는 어렵습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제국주의와.. 2015. 4. 9. 십자가 The Cross 홍순관의 노래 신학(14) 십자가 The Cross 윤동주 시 / 채일손 곡 - 1978년 만듦, ‘새의 날개’ 음반수록 - 쫓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어 있네(였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 갈 수 있을까(가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휫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왓든 사람(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여나는 피를 어두워(어)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이) 흘리리라(겠읍니다.) 1941년 5월 31일. 윤동주가 원고지에 참하게 써내려간 ‘십자가’ 원본 끝에는 시를 지은 날짜가 나와 있습니다. 해방을 맞고 전쟁을 지나 40년이 흘러 이 시는 노래로 다시 지어졌습니다. 백성과 세상을 향해 눈 감고 .. 2015. 4. 3. 다함께 봄 홍순관의 노래 신학(13) 다함께 봄 홍순관 글 - 2007년 만듦, ‘춤추는 평화’ 음반수록 -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 함께 피어야 봄이지요 비록 연합이 깨어지고 약속이 어겨지고 거짓과 폭력으로 가려진 부활절 행사였지만, 그 해(2007년,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정했던 공식 표어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함께 피어야 봄이지요’- 와 포스터-전체화면에 꽃 수백송이를 그렸고 그 사이사이에 남과 북 아시아 지구촌 모든 민족이 어깨동무하고 있는 그림- 는 아름다웠습니다. 늘 대규모 찬양대가 꾸려져 외국 곡으로 연주해왔던 예배음악을 끈질긴 설득 끝에 우리가 지은 창작곡으로 바꾸려고 했습니다. 위의 노랫말은 주제 테마인 셈입니다. 국악기와 서양악기를 함께 사용하여 편곡되었던 그 합창곡 ‘다함.. 2015. 3. 25. 바람의 말 홍순관의 노래 신학(12) 바람의 말 홍순관 글 / 한경수 곡 - 2002년 만듦, ‘나처럼 사는 건’ 음반수록 - 떨어진 밤송이가 삐죽 웃으며 인사를 하네 제 살던 집을 떠나면서 바보처럼 웃고 있네 정답게 살던 친구들 함께 부르던 노래 지는 노을과 텅 빈 들판 이제는 떠나야지 가벼운 바람 불어와서 내게 전해 준 말 이 세상 떠날 때에 웃으며 가라네 이 세상 떠날 때에 다 놓고 가라네 추석을 앞에 두고 밤나무를 흔들며 밤송이를 따는 재미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긴 대나무로 때리거나, 나뭇가지를 흔들기도 하고, 어느 땐 돌멩이를 던져 맞추기도 합니다. 아이로 돌아가 나무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때를 쓰며 노는 것이지요. 그런데 흔들지도 않았고, 긴 나무로 치지도 않았는데 발 옆으로 후둑∼하고 밤송.. 2015. 3. 17.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홍순관의 노래 신학(11)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엘리스워커 시· 홍순관 류형선 개사 / 류형선 곡 (2004년 만듦, ‘춤추는 평화’ 음반수록) 그들이 그대의 어머니를 고문할 때 그들이 그대의 아버지를 고문 할 때 그대의 형제를 그대의 아리따운 누이를 고문 할 때 그들이 그대의 지도자를 죽인다면 그대의 눈물 같은 연인을 죽인다면 그대를 고문하여 견딜 수 없는 아픔이 몰려오면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고문하여 그대의 푸른 숲마저 사라지면 음~ 또 다른 숲을 시작 하세요 또 다른 숲을 시작 하세요 또 다른 숲을 시작 하세요 또 다른 숲을 시작 하세요 노랫말은 앨리스 워커(Alice Walker)의 ‘고문(TORTURE)’이라는 시입니다. 그녀는 우리가 잘 아는바,《컬러퍼플 .. 2015. 3. 11. 낯선 땅 여기는 내 고향 홍순관의 노래 신학(10) 낯선 땅 여기는 내 고향 (원제:케이세이선) 이정미 글 · 홍순관 개사 이정미 곡 (‘춤추는 평화’ 음반수록) 1. 무겁게 고인 강물 일렁이는 기차소리 그림자 드리우며 오늘도 달린다 낮은 철교위로 달려 가네 슬픈 케이세이선 어디로 달려가나 고향 떠나 모르는 낯선 땅으로 에헤이요 에헤헤이요 2. 강 건너 부는 바람 그리운 고향냄새 여기는 어디인가 흐르는 세월 속에 희미한 고향 얼굴 떠오르네 슬픈 케이세이선 어디로 달려가나 강 건너 저편에 바람만 불어 오네 에헤이요 에헤헤이요 3.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 굽이굽이 아리랑 고개 넘고 또 넘어서 아라가와 강물 속에 비친 얼굴 슬픈 케이세이선 어디로 달려가나 낯선 땅 여기는 바로 내 고향 나 이제 돌아가리 그리운 내 고향 낯선 땅.. 2015. 3. 5. 소리 홍순관의 노래 신학(9) 소리 홍순관 글 곡 - 1990년 만듦, ‘춤추는 평화’ 음반수록 - 꽃이 열리고 나무가 자라는 그 소리 그 소리 너무 작아 음∼∼ 나는 듣지 못했네 이 노래에 글을 쓰고 곡을 진 시간은 십 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 곡을 제 몸에 오래 품고 있었나봅니다. 이것은 무언가 도모하고 이루려는 꿈과, 자연을 스승삼아 기다리는 인내가 가슴과 머리에서 맞서고 있을 때 만들어진 글입니다. 일상의 물결과 바다가 만나지는 심정이라고 할까요. ‘소리’는 개인적으로 큰 화두였고 숙제였습니다. 성서 안, 잠언 말씀을 만나 더욱 그렇게 되었습니다. “귀를 막아 가난한 자의 부르짖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면 자기의 부르짖을 때에도 들을 자가 없으리라”(잠언 21:13). 이웃의 소리를 듣지 못.. 2015. 2. 25. 대지의 눈물 홍순관의 노래 신학(8) 대지의 눈물 홍순관 글 / 한경수 곡 - 1996년 만듦, ‘나처럼 사는 건’ 음반수록 - 음∼ 바람이 불어 옛날은 갔는데도 기억 속에 보이는 그 분홍 저고리 눈물은 노래를 막아 부르지 못하여도 하늘의 그 손길 야윈 손잡아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다 그만 시간을 잃어 버리셨죠 다시 찾아 드릴께요 어머니 열네 살 소녀 그 어린 꿈들 이 땅에 흐르는 대지의 눈물이여 다시는 그 수치를 당하지 않으리 눈물은 노래를 막아 부르지 못하여도 하늘의 그 손길 야윈 손 잡아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노래로 만들기엔 너무 쓰리고 상처가 깊었습니다. 아흔 번의 ‘정신대공연’ 을 마친 후, 비로소 지을 수 있었던 노래입니다. 그것은 어느 날 우연히 읽게 된 ‘성경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두려워 말라. .. 2015. 2. 19. 푸른 춤 홍순관의 노래 신학(6) 푸른 춤 홍순관 글 / 한경수 곡 - 2002년 만듦,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지’ 음반수록 - 1. 춤을 추네 춤을 추네 님과 바람 입 맞추며 춤을 추네 춤을 추네 별과 태양 입 맞추며 삶과 죽음 시간 넘어 미움 사랑 남자 여자 씨와 땅이 입 맞추며 우주의 생명이 춤을 추네 2. 춤을 추네 춤을 추네 하늘과 땅이 입 맞추며 춤을 추네 춤을 추네 노을과 아침 입 맞추며 참과 거짓 시와 정치 시간과 역사 봄과 겨울 남과 북이 손을 잡고 우주의 생명이 춤을 추네 고은비 그림 처음부터 끝까지 ‘2분 음표(♩)’로만 되어있는 곡입니다. 작곡가는 아마 대칭을 생각했나 봅니다. 삶과 죽음, 미움 사랑, 남자 여자, 노을과 아침, 시와 정치, 남과 북… 다른 것이, 한 가지로 보인 것이지.. 2015. 2. 1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