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5 성탄의 참된 의미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9) 그리스도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리스도가 몸소 내 안에서 육신이 되지 않고, 그래서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 되지 못한다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을 위해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고 한들 그것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성탄절은 기쁜 날이다. 하나님이 육신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신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분의 이름을 그리스도라 부른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이 아들의 몸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몸을 통해 당신이 태어나시기를 바란다. 우리의 영혼은 생래적으로 그런 놀라운 ‘생식력’을 품고 있다고 한다. 엑카르트는 단언한다. “피조물 중에서 영혼만이.. 2021. 12. 24. 연꽃과 십자가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1) 연꽃과 십자가 모름지기 하나님을 찾는 사람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찾고자 하거든 하나가 되십시오! 서울의 어느 교회의 대학생들이 주최한 문학의 밤 행사에 초대 손님으로 참석하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질문은 젊은이들답게 생기발랄하였고 거침이 없었다.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한 학생이 당돌한 질문을 던져왔다. “시인께서는 기독교 목사님이기도 하신데, 시 속에 연꽃이나 불상 등의 불교적 이미지를 그렇게 자주 사용하십니까?” 그 당시 내 시집 속에 수록된 시들이 불교적인 세계관에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연꽃이나 불상, 또는 불두화 같은 불교적 상징이 강한 언어들을 이따금 사용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제도종교의.. 2021. 5. 16. 세속적 욕망의 무게를 줄이지 않고는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56) 세속적 욕망의 무게를 줄이지 않고는 * 하나님은 덧붙임을 통해서가 아니라덜어냄을 통해서만 영혼 안에서 발견됩니다. 나무들은 겨울이 다가오면 제 몸의 무게를 덜어냅니다. 이파리로 향하던 수분을 뿌리로 보내어 겨울나기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수분이 빠진 잎은 울긋불긋 물들어 떨어지고 맙니다. 물론 나무들이 지상에 노출된 가지에서 수분을 덜어내는 이유는 동사(凍死)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나무들은 그렇게 제 몸의 것들을 덜어냄으로써 겨우살이를 대비할 뿐만 아니라 파릇파릇 잎새가 피어날 새 봄을 준비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운 순리(順理)지요. 나무들은 이 순리를 거스른 적이 없습니다. 덜어냄을 통해서 나무들이 새 생명의 날을 준비하듯.. 2020. 11. 12. 하나님도 별 도리가 없으시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7) 하나님도 별 도리가 없으시다 나는 확신합니다. 만일 나의 영혼이 준비가 되어 있고,하나님이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와 마찬가지로나의 영혼 안에서도 드넓은 공간을 찾아내기만 하신다면,나의 영혼을 이 강물로 가득 채우시리라는 것을. 글을 쓰다가 뒤뜰로 나가 밝은 달 아래 서니, 소동파의 에 나오는 시 한 수가 문득 떠오른다. “저 강상(江上)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이여,귀로 듣노니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노니 빛이 되도다.갖고자 해도 금할 이 없고 쓰자 해도 다 할 날 없으니이것이 조물주의 무진장(無盡藏)이다.” 이 무진장한 바람과 달빛도 사람이 그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면 스며들 길이 없다. 맑은 바람을 마시면서도 누군가에.. 2020. 6. 15. 영적 치매와 과다한 설교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57) 영적 치매와 과다한 설교 하나님은 영혼이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영혼에게 많은 것을 받을 기회를 줍니다. 그렇게 해야만 몸소 많은 것을 줄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넓힐 기회는 많지 않다. 지상 위에서의 우리 생은 영혼을 넓힐 유일한 기회이다. 하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영혼의 넓이보다 교회 건물의 넓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영혼의 확장보다 교세의 확장을 원한다. 사실상 교회 건물의 넓이와 교세의 확장은 영혼의 확장과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교회 건물이 넓어질수록 그 영혼은 위축되고, 교세가 확장될수록 사람들의 영적 관심은 엷어지지 않던가. 근자에 한국교회 어느 교단에서 교단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졸한 다툼을 벌이는 것.. 2016. 8. 29. 우리가 당신을 낳을 성스러운 태(胎)라니요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7) 우리가 당신을 낳을 성스러운 태(胎)라니요 하나님은 그 속에 오로지 하나님만을 모신 영혼, 곧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 아무 것도 바라보지 않고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영혼을 찾아 그곳에서 낳고 싶어 하십니다. 아, 그렇군요. 하나님, 당신께서는 여전히 가임(可姙)의 욕구를 지니고 계시군요! 그렇겠지요. 당신께선 늙음이나 쇠락을 모르는, ‘영원한 젊음’을 지니고 계시니까요. 오늘, 지금 이 순간도 당신께선 당신의 형상을 가장 쏙 빼닮은 사람을 통해 ‘당신 자신’을 낳고 싶어 하신다지요.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분주하여, 낳고 싶어 하시는 당신의 뜻을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 2016. 8. 3. “하나님, 내게서 하나님을 없애 주십시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4) “하나님, 내게서 하나님을 없애 주십시오!” 하나님은 피조물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십니다. 여러분의 존재는 피조물입니다. 그러하기에 하나님은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에게서 벗어나서 하나님을 여러분 안에 모셔 들이기만을 바라십니다. 《어린 왕자》에서 생떽쥐베리는 “본질적인 것은 소용없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본질적인 것은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작가의 말을 따르면, 우리의 본질을 가리키는 분, 하나님은 소용없는 분입니다. 진리, 사랑, 하나님 같은 절대가치를 세속적 가치에 물든 눈으로 보려는 이에게 하나님은 도무지 유용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고은비 우리가 다 알 듯이, 모세가 호.. 2016. 6. 30. 회의와 신앙 사이에서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2) 회의와 신앙 사이에서 지극히 높은 신성은 겸손이라는 심연 이외의 모든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하나님과 하나이지 둘이 아닙니다. 1970년대 내가 다니던 신학대학 화장실에 이런 낙서가 적혀 있었다. “신은 죽었다―니체” 그 밑에는 이런 낙서가 이어졌다. “니체는 죽었다―신” 회의와 신앙 사이에서 고뇌하던 어떤 신학도들은 이런 낙서조차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물론 어떻게 그런 불경스런 농담을 지껄일 수 있느냐는 ‘확신파’도 있었지만! 하여간 인간이 존속하는 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물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생의 연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절감하는 것이지만,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 우리의 생이 .. 2016. 5. 12. 기적을 구한다고?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1) 기적을 구한다고?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그들이 처음부터 길에서 벗어나 바깥일에 지나치게 매달리기 때문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바깥에는 빛과 진리가 없건만, 수많은 사람이 빛과 진리를 찾으면서도 끊임없이 바깥에서만 찾고 있다.” “제게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 초심자가 성자에게 애처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죽은 아이를 보면 ‘일어나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병든 이들을 보면 ‘당장 나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꼬부랑 할머니를 만나면 ‘똑바로 서세요!’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그런데, 슬픕니다, 저는 낙원에 있는 막대기 같은 존재입니다. 스승님, 저에게 초자연적인 권능을 주지 않으시렵니.. 2016. 4. 20.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