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191 2022년 신학기, 일반고 학생들의 학폭 대응기 춥고 건조한 겨울을 푸르게 지나온 소나무가 조금은 수척해진 얼굴로 솔잎마다 낱낱이 따스한 봄햇살을 쬐며 온 산과 마을로 푸른 숨을 내뿜고 있는 봄날입니다. 어느새 우리 마을의 골목길까지 노란 송화가루가 날려와 골목길이 노랗습니다. 봄날의 숲속은 또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교실처럼 시끌시끌 소란스러운가봅니다. 겨우내 마른풀 더미 밑에 움츠려 있던 숲의 작은 생명들이 깨어나며 흙을 들썩이는 소리, 마른 가지 끝 노랑빛을 피우던 산수유꽃이 지고, 듬성듬성 분홍빛을 피우던 진달래가 진 후 비로소 산은 연두빛 살을 찌우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얼굴처럼 활짝 활짝 빛이 납니다. 하얀 목련이 교정을 환한 등불처럼 밝히는 3~4월의 신학기 교실에서는 책상도 낯설고 담임선생님 얼굴도 낯설고 앞으로 일 년을 함께 .. 2023. 4. 30. 2022년 한글의 탈곡(한글날) 쌀알 같은 낱알의 한글들 정의와 자유 진리와 사랑이 시월의 가을볕에 구구절절 익어갑니다 저잣거리엔 욕지거리도 민중의 입에서 입으로 한글로 무르익어서 새끼줄을 꼬아 드리운 바지랑대 끝 푸른 하늘에 걸리었습니다 이제는 이 땅에서도 탈곡할 날이 머지 않았나봅니다 민중이 배가 부를 날이 하늘이 살아 숨쉬는 날이 한글과 한글로 이어져온 푸른 바람이 너른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이 푸른 가을 날 불씨가 되어준 동학농민의 횃불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삼월의 육성으로 피어올라 윗물로부터 썩어가던 이 땅에 다시금 시월의 촛불대행진으로 타오르는 불꽃 같은 쌀알 같은 우리의 한글들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을볕에 무르익어갑니다 썩은 밥을 먹을 수 없다 갖 탈곡한 쌀알로 밥을 지어 모두가 더불어 나누어 먹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2022. 10. 9. 지금 한반도호, 공영 안내 방송은 조작 중 2014년 4월 16일 아침 7시 40분 경 텔레비전에서 자막으로 보도되던 수학여행객을 태운 여객선의 기울어짐. 놀란 마음에 무사하길 기도했으나 의심은 하지 않았다. 저 커다란 배가 가라앉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테고, 대한민국은 얼마든지 구조 능력을 갖춘 조선 강국이 아니던가. 그때까지만 해도 한 치의 의심도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영언론의 보도를 믿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의 뉴스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날의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생명 구조에 주어진 시간을 가늠하면서 뛰어난 대한민국 육해공 구조대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분과 초를 다투어야 할 육해공 구조대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전에 곧장 깊은 바닷속으로 침잠한 듯 감감했었다. 인근 바다에는 민간.. 2022. 7. 5. 네이버 영화 평점 1순위 <그대가 조국>, 하지만 2022년 6월 17일 현재 와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 순위, 1위는 2022년 5월 31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기사문을 그대로 옮기면, '포털사이트 에서 한때 10점 만점 찍기도...' 칸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광고와 호기심에 본 관람 후기 평점란엔 별점 1점이 수두룩, 일본 영화 같다는 실망감이 대세. 그에 따른 영화 평점 순위도 23위, 영화관마다 하루를 빼곡히 채운 상영작 는 평점 순위 5위. 개봉일 이전부터 6월 17일 현재까지 포털사이트 와 에서 영화 평점 1순위는 , 우리는 참으로 눈 밝은 민족이라는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서 동시에 을 내린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영화산업 대기업들이 정하는 상영의 기준이란 국민들이 저마다 직접 투표한 영화 평점 순위가.. 2022. 6. 17. 비, 다만 늦을 뿐, 때가 되면 온다는 사실을 알기에 하루하루가 그저 답답한 나날이다. 언론의 거짓말이 상식으로 통하는 우리 동네 이웃들의 얼굴을 대하기가, 식당에 켜진 TV를 보기 싫은 만큼 싫다. 세상에 밝혀진 윤 대통령 일당들의 거짓을 도로 덮으려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얼빠진 조중동과 일부 공영 언론. 그러한 거짓과 거짓이 한 통속이 되어 세상을 속이고, 거짓말과 거짓말로 권력을 손에 쥔, 거짓과 거짓이 주인 행세하려는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 그 옛날 마른 시냇가에 엎드려 통곡하던 엘리야의 심정이 이 만큼 답답했을까. 오늘도 비를 기다리는 농민의 심정이 이 만큼 답답할까. 다행히 이 나라 곳곳에는 샘물처럼 메마른 가슴을 적혀주고 있는 언론들이 있어서 위안이 된다. 그리고 최근 국민들의 눈과 귀를 대신하여 진실을 밝혀온 , 등에 대하여 정신적 손해배상.. 2022. 6. 4.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퇴보 다음주부터 CGV에서 상영 중단 울산 CGV에서는 지난주 5월 25일에 전국 동시 개봉한 을 밤 8시 30분에 관람하였습니다. 상영관이 크진 않았지만, 앞 좌석 서너 줄 빼고는 대부분의 뒷 좌석이 가득 찼었습니다. 첫날부터 많은 시민들이 을 보기 위하여 영화관을 찾았고, 개봉일부터 높은 호응도에 변방 울산에서도 왠지 모를 연대감이 느껴져 관람 내내 마음 한 켠이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보려고 예매를 시도하였더니, 평일에는 직장인이 관람할 수 없는 아침 시간대와 어중간한 오후 5시 무렵이거나, 자정 무렵의 시간대로 상영시간이 배치되어 있어서 곤란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보려고 다시 예매를 시도하였더니, 마찬가지로 주말 상영시간이 하루에 1~2회 정도 뿐이고, 시간대도 어중간하다 싶었습니.. 2022. 5. 31. <그대가 조국>, 5월 25일 울산에서 극장개봉 관람 후기 그 어떠한 힘이 나로 하여금 장면 하나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자막 하나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장면마다 매 순간 깨어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구슬 같은 장면과 장면을 하나의 실로 꿰뚫으려고 한다. 선생님의 토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칠판에 필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초 집중하던 학창시절로 돌아가 밤 9시 영화관은 학교 수업 교실이 된다. 보고 들은, 있는 그대로를 기억하는 학생에게 있어서는 선생님들이 조작하신 그 모든 시험문제가 장난질로 보이기도 했었다. 밀폐된 영화관의 건조한 공기로 인해 참았던 잔기침이 터져나올까봐. 오는 길에 약국을 먼저 들러서 처방전도 없이 기침 가래 생약과 판콜을 샀다. 일평생 진통제도 애써 먹지 않으려는 사람이 한 시간 여 간격을 두고 두 개의 약을 입에 다 털어 넣고서 .. 2022. 5. 26. 빛고을 광주, 5월이면 붉은 꽃 하얀 꽃 5월이면 우리 마을 집집마다 담장에는 붉은 장미가 피어나고 이어서 손꼽아 사나흘 뒤면 마을 뒷산으로 "뻐꾹", 뻐꾸기가 찾아온다. 우리 마을엔 그렇게 해서 초여름이 시작된다. 영화 를 보고서야 4·19와 5·18에 대한 의문점들에 대하여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하나씩 역사의 퍼즐이 맞추어지기 시작하였다. 내가 부산의 한 인문대로 진학한 후로 과방에서는 늘 한겨레 신문만 펼쳐져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믿고 읽는 출판사는 창작과 비평사, 문학과 지성사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하지만 최근에 본 한겨레도 전처럼 믿음직스럽지는 못하다. 10억의 인세비를 자신의 안일을 위해선 한 푼도 쓰지 않으시고, 돌아가신 후 마을 사람들에게 가난한 책 할배로 남으신 권정생 선생님이 그래도 한겨레를 믿고서 마지막 유.. 2022. 5. 1. 우리는 없이 살아도 염치를 알았고, 부끄러움을 알았다 언제부터 우리가 돈과 권력이면 다 되던 나라였던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내 어릴적에 본 동네 어른들은 그런 분들이 아니었다. 내 어릴적 함께 뛰놀던 땅꼬마들도 그렇지는 않았다. 우리는 없이 살아도 염치를 알았고, 부끄러움을 알았다. 온 동네 구석구석 뛰놀며 술래잡기를 할 때도, 같은 형제, 자매, 남매가 끼리끼리 같은 편이 되려고 하면 너도나도 나서서 큰 소리로 뜯어 말리며 먼저 편을 갈라놓고서 놀이를 시작하였다. 같은 식구끼리 같은 편이 되면 장독대가 깨어진다며 놀려댔다. 그래서 아이들의 놀이에서도 제 가족은 같은 편이 되었던 적이 없었다. 동네 쪼무래기들도 그런 도리를 저절로 알았다. 미국 검찰도 그 정도 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면, 검찰의 기소권에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 2022. 4. 25. 이전 1 2 3 4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