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184

빛고을 광주, 5월이면 붉은 꽃 하얀 꽃 5월이면 우리 마을 집집마다 담장에는 붉은 장미가 피어나고 이어서 손꼽아 사나흘 뒤면 마을 뒷산으로 "뻐꾹", 뻐꾸기가 찾아온다. 우리 마을엔 그렇게 해서 초여름이 시작된다. 영화 를 보고서야 4·19와 5·18에 대한 의문점들에 대하여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하나씩 역사의 퍼즐이 맞추어지기 시작하였다. 내가 부산의 한 인문대로 진학한 후로 과방에서는 늘 한겨레 신문만 펼쳐져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믿고 읽는 출판사는 창작과 비평사, 문학과 지성사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하지만 최근에 본 한겨레도 전처럼 믿음직스럽지는 못하다. 10억의 인세비를 자신의 안일을 위해선 한 푼도 쓰지 않으시고, 돌아가신 후 마을 사람들에게 가난한 책 할배로 남으신 권정생 선생님이 그래도 한겨레를 믿고서 마지막 유.. 2022. 5. 1.
우리는 없이 살아도 염치를 알았고, 부끄러움을 알았다 언제부터 우리가 돈과 권력이면 다 되던 나라였던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내 어릴적에 본 동네 어른들은 그런 분들이 아니었다. 내 어릴적 함께 뛰놀던 땅꼬마들도 그렇지는 않았다. 우리는 없이 살아도 염치를 알았고, 부끄러움을 알았다. 온 동네 구석구석 뛰놀며 술래잡기를 할 때도, 같은 형제, 자매, 남매가 끼리끼리 같은 편이 되려고 하면 너도나도 나서서 큰 소리로 뜯어 말리며 먼저 편을 갈라놓고서 놀이를 시작하였다. 같은 식구끼리 같은 편이 되면 장독대가 깨어진다며 놀려댔다. 그래서 아이들의 놀이에서도 제 가족은 같은 편이 되었던 적이 없었다. 동네 쪼무래기들도 그런 도리를 저절로 알았다. 미국 검찰도 그 정도 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면, 검찰의 기소권에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 2022. 4. 25.
천인공노(천공) 내 인생의 스승을 찾기 위해서 한 권의 책도 함부러 선택하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고 신학기에 국어 담당이신 담임 선생님이 학급문고를 만들려고 하니, 집에 있는 책들 중에서 각자 두 권씩만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당시 우리집에 있는 책이라곤 한 질의 백과사전이 전부였다. 아버지는 나보고 쓸데없는 책 읽지 말고 학교 공부만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교과서만 보았고, 백지 같은 머릿속에 입력된 건 교과서와 매 수업 시간마다 과목 선생님들의 재미난 수업 내용이 대부분인 중학생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중3 때는 시험지를 풀면서, 선생님이 여기서 장난을 치셨네, 하면서 함정은 피해갈 수 있었고,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쉬는 시간에는 또래들이 돌려보던 '인어공주를 위하여'라는 그 흔한 만화책도 내 .. 2022. 4. 2.
그렇다면, 용산역 노숙인들의 새 보금자리는, 대검찰청으로 강원도 산불 피해로 한창 동해안 이재민 돕기 성금 모금 중이라는데 망연자실해 있을 주민들의 눈가에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까맣게 타다가 타다가 잿더미가 된 빈 가슴들 먼저 보듬어줄 줄 알았는데 타다 남은 불씨까지 꺼뜨려준 빗물이 빈 땅에서 채 마르기도 전에 지푸라기 한 올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화재복구지원 정부 보조금 한 푼이라도 바라며 그런 손끝으로 한 점 찍었을 하얀 투표 용지 붉은 도장 하나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선거 직전까지 후보자로서 국민들을 향해 외친 공약을 향한 믿음과 약속의 땅 국민들 가슴으로 채 뿌리 내리기도 전에 아직 대통령도 아닌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인 당선인이 대통령 직무실을 국방부 건물로 이전하겠다고, 대책도 내세우지 않고서 헛소리를 합니다. 꺼져가던 강원도 동해안의 산불.. 2022. 3. 20.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코바나19금'('썩은 밥에 빠진 누런 코') 한 사람이 있다. 그 옛날 친구를 따라서 뭣 모르고 찾아간 해인사의 백련암. 그리고 성철 스님께 한 말씀을 청하던 젊은이다. 그러면 부처님 앞에 삼 천 배를 올리라는 성철 스님의 한 마디에 괜히 투덜댔다가 "그라믄 니는 마, 만 배 해라!"라는 성철 스님의 엄호에 오기가 발동해서 정말로 백련암 초행길에 만 배를 올렸던 젊은이다. 그가 바로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이다. 다리가 끊어지고 온몸이 부숴지는 듯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만 배를 겨우 마친 젊은이는 기어가다시피하며 성철 스님께 한 말씀을 청하였다고 한다. 청년이 기대했던 한 말씀이란 다름 아닌 청년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한 말씀이었으리라. 성철 스님은 "지킬 수 있나?" 물으신 후 딱 한 말씀만 하시곤 내려가라 하셨다며 상좌인 원택 스님은 .. 2021. 12. 28.
생각은 그림자, 마음이 실체 대상과 마주하는 찰라 거울에 비친 듯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한 마음이 있습니다. 곧이어 생각이 그림자처럼 뒤따릅니다. 종종 그 생각은 마음을 지우는 지우개가 됩니다. 매 순간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림자가 된 생각에게 맨 첫마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무의식 또는 비몽사몽, 명상이나 기도의 순간에 대상과 마주하는 바로 그 순간과 동시에 마음 거울에 비친, 떠오른 그 첫마음이 바로 우리의 본성 즉 본래 마음에 가깝습니다. 곧이어 뒤따르는 의식화된 생각은 단지 본래 마음의 그림자인 것입니다. 실체는 마음입니다. 한 생각을 일으켜 이루어 놓은 이 세상은 마음의 그림자 곧 허상일 뿐입니다. 그 옛날 눈에 보이는 세상이 다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석가모니와 예수가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가리키며 보여준 .. 2021.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