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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

별 하나 촛불 하나

by 한종호 2022. 12. 22.



국민학교 교실에서 서툰 손으로 
맨 처음으로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는

작은 창문 곁에 
노랑 촛불 하나

중학생이 되어서 동무들이 떠들썩할 때
혼자 맞이하던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소망은

문방구에서 산 
오래 오래 아껴둔

빨간 사과 양초에 
불을 밝히는 일

정말로 나는
내 작은 방 창가에 혼자 앉아서 

어둔 방엔 
나와 촛불 하나뿐

촛불 하나면
아무리 춥고 어둔 겨울 동짓달도 따뜻하였지

그 어둡고 어둡던 
스무살의 어둔 터널 속에서도

스치듯 보이던 단 하나는
먼먼 별빛 닮은 별 하나

하늘과 땅이 혼돈하여
온통 혼란스럽던 내 젊은 날의 세상에서

낮고 낮은 곳으로
가장 작고 그늘지고 가난한 곳으로

내려오신 예수의 마음 하나
나의 촛불이 되신 별 하나

2022년 올 겨울도 이 땅 어딘가에선
참 많이도 춥고 서럽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하여

눈물이 곧 얼음이 되는
이태원 교실 골목에

촛불 하나
별 하나

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어린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던 

바람 잘 날 없는
이 작은 가슴에서도

이제껏 한 번도 꺼지지 않은 
숨과 같은 불씨

촛불 하나면 
온 세상이 사랑과 정의로 가득하여서

오늘 내가 맞이하는 아침
슬픔으로 출렁이 가슴마다 띄우는 해

촛불 하나
별 하나

별 하나
촛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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