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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의 '성서 묵상, 영성의 길'

끙끙 앓으며 희망을 전하다

by 한종호 2025. 3. 20.

김기석 목사의 설교는 특별하다. 특별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그의 폭넓은 인문학적 독서가 성서 해석의 바 탕이라는 것이 가장 특별한 점이다. 그의 설교를 읽다 보면 (혹은 듣 다 보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늘 나라를 위하여 훈련을 받은 율법 학자”(마태복음 13:52)를 연상하게 된다. 예수님은 그가 “자기 곳간에 서 새 것과 낡은 것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고 비유하셨다. 김 목사는 주어진 성서 본문을 묵상하면서 자신의 내면의 곳간에서 새 것과 낡은 것을 고루 꺼내어 옷감을 짜듯 이야기를 엮어낸다.

 

그가 성서 본문을 풀어내고 적용하도록 돕기 위해 꺼내 쓰는 자료는 그리스-로마 신화, 외경, 타 종교의 작가들, 동양 경전, 현대 시인들, 지인들의 일화 같은 것들이다. 그것은 스크랩 해 놓은 자료집에서 찾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의 창고에 저장되었던 것들을 꺼내 쓴 것이다. 그 많은 이야기들을 순전히 기억의 저장고에서 꺼내 쓸 수 있다는 것은 그의 탁월한 기억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의 집중력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따뜻한 시선과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그의 설교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일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곳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느리게 그리고 애정 있게 바라본다. 버스 안에서 빈 자리를 두고 은밀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두 청년 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왜소해진 영혼”을 보고 마음 아파한 다.(「자유인의 꿈」)

 

그런가 하면 집단 확진의 온상이 되어 사회의 걱정 거리가 되어 버린 교회의 모습으로 인해 그리고 선교라는 허울로 부정한 욕망을 가리고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 발버둥치는 신자들의 모습으로 인해 탄식한다.(「그리스도께 하듯이」)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대강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토로한다.(「그 리스도의 비밀을 말하는 용기」)

 

우리는 현실의 문제를 피상적으로 혹은 당파적으로 보고 단순화 시켜 판단하고 매도하고 정죄하는 소리를 강단에서 자주 들어 왔다. 그와 같이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시각과 언사는 회중의 정서와 사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또한 생각 있는 회중에 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언사로 인해 교회를 떠나고 신앙을 떠났는지 모른다. 설교는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동시에 안주하는 사람들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그런데 설교자들은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안주하는 사람들을 두둔해 왔다. 이런 점에서 김 목사의 설교는 특별해 보인다.

 

그의 설교는 형식 면에서도 특별한 점이 있다. 보통 설교는 크게 세 가지 형식을 취한다. 하나는 연역적 설교로서 몇 개의 대지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귀납적 형식인데, 한 가지의 주제를 기승전결의 흐름을 따라 전개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하나는 선택된 본문의 흐름을 따라 설명하고 적용하는 방식이다. 김기석 목사의 설교는 회중으로 하여금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드는 도입부로 시작하여 부드럽지만 외면하기 어려운 질문 혹은 권면으 로 끝난다.

 

도입부에서 그는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국제 정세를 언 급하기도 하고(「그리스도의 비밀을 말하는 용기」) 일상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자유인의 꿈」),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기도 하고 (「그리스도께 하듯이」), 개인적인 성찰로 시작하기도 한다.(「사랑과 분별력」) 거기에는 김 목사의 성찰이 담겨 있고 날카로운 질문을 제기하 기도 한다. 도입부는 회중으로 하여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몰입하게 만든다.

 

도입부와 결론부 사이의 몸말에는 어떤 구조나 흐름이 없다. 성서 본문을 묵상하면서 발견한 통찰과 깨달음으로 이야기를 펼쳐 간다. 그 과정에서 그의 기억의 저장고에서 적절한 재료들을 꺼내어 이야기를 엮는다. 수사적 전략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시인 이성 복은 “말을 시작하면 그 말이 다음 말을 이어간다.”고 했는데, 김 목 사는 성서 본문에 대한 깊은 묵상 후에 떠오른 말의 흐름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그는 전하려는 중심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숨겨 두지 않는다. 말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아무 때나 툭툭 던진다. 그 말은 불교에서 말하는 화두와 같아서 계속 진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읽는 중에 자꾸 멈춘다.

 

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김영봉/와싱톤 사귐의 교회 목사

 

* 세상에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 https://fzari.tistory.com/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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