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4)
“하나님, 내게서 하나님을 없애 주십시오!”
하나님은 피조물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십니다.
여러분의 존재는 피조물입니다.
그러하기에 하나님은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에게서 벗어나서
하나님을 여러분 안에 모셔 들이기만을 바라십니다.
《어린 왕자》에서 생떽쥐베리는 “본질적인 것은 소용없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본질적인 것은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작가의 말을 따르면, 우리의 본질을 가리키는 분, 하나님은 소용없는 분입니다. 진리, 사랑, 하나님 같은 절대가치를 세속적 가치에 물든 눈으로 보려는 이에게 하나님은 도무지 유용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고은비
우리가 다 알 듯이, 모세가 호렙산으로 하나님을 만나러 간 틈에 백성들은 아론을 졸라서 금송아지를 만들었습니다. 자기들의 물욕(物慾)에서 비롯된 기도를 들어줄 법한 유용한 하나님을 만든 것이지요. 사실 그건 우상이지 참 하나님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들 가운데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이런 하나님을 찾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자기들에게 소용되는 존재로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피조물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신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번도 ‘피조물’을 끝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피조물인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런 사람들에게 엑카르트의 다음과 같은 기도는 가슴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하나님, 내게서 하나님을 없애 주십시오!”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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