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새로봄(106)

 

성찰 없는 후회

 

이스라엘 백성이 도망쳤다는 소식이 이집트의 왕의 귀에 들어갔다. 그러자 바로와 그의 신하들은 이 백성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우리에게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렇게 풀어 주어 놓아 보내다니, 어쩌자고 이렇게 하였는가?” 하고 후회하였다. …… 바로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스라엘 자손이 고개를 들고 보니, 이집트 사람들이 그들을 추격하여 오고 있었다. 이스라엘 자손은 크게 두려워하며, 주님께 부르짖었다. 그들은 모세를 원망하며 말하였다. “이집트에는 묘 자리가 없어서, 우리를 이 광야에다 끌어내어 죽이려는 것입니까? 우리를 이집트에서 끌어내어, 여기서 이런 일을 당하게 하다니, 왜 우리를 이렇게 만드십니까? 이집트에 있을 때에, 우리가 이미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광야에 나가서 죽는 것보다 이집트 사람을 섬기는 것이 더 나으니, 우리가 이집트 사람을 섬기게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출애굽기 14:5, 10-12)

 

후회 없는 인생이 가능할까? 삶은 후회의 연속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우리 삶을 무겁게 만든다. 창조적인 후회도 있지만 퇴행적인 후회도 있다. 후회 이후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출애굽기 14장은 후회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첫째는 바로이다. 열 가지 재앙을 경험하면서 그는 신적인 공포에 사로잡혔다. 히브리인들이 광야로 나가는 것을 허용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히브리인들이 썰물처럼 애굽을 떠나 광야로 향했을 때 뒤늦은 후회가 그를 사로잡았다. 대제국의 왕으로서 신적인 존재로 추앙 받기까지 하는 자기가 제대로 힘 한번 못 써보고 굴복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렇게 풀어 주어 놓아 보내다니, 어쩌자고 이렇게 하였는가?”(출애굽기 14:5)

 

노예를 해방한다는 것은 이집트의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대 사건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은 곧바로 바로의 지도력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질 것이고, 민심은 급격히 이반될 것임을 그는 알아차렸다. 그는 군사 동원령을 내린다. 그는 특별 병거 육백 대로 편성된 정예부대와 이집트 병거부대를 이끌고 모두 이끌고 나섰다. 무장도 하지 않고, 군사 훈련도 받지 않은, 그리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뒤섞여 있는 노예들을 붙잡기 위해 이런 군사력이 꼭 필요했을까? 아니다. 바로는 자기 힘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집트 백성들에게, 히브리인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말이다.

 

 

 

 

둘째는 히브리인들의 후회이다. 소풍을 떠나듯 흥겹지는 않았겠지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간다는 사실에 그들의 마음은 어지간히 설레었을 것이다. 갈대 바다 옆에 진을 치고, 좋은 꿈꾸라고 서로 축복하면서 잠자리에 들 무렵, 그들은 멀리서부터 지축을 흔드는 요란한 소리를 들었다. 이집트의 군병들이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 그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두려움은 그들의 눈을 가려 하나님의 현존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백성들은 즉시 원망의 대상을 찾았다. 그들은 모세에게 거세게 항의한다. “이집트에는 묘 자리가 없어서, 우리를 이 광야에다 끌어내어 죽이려는 것입니까?”(출애굽기 14:11a) 

 

죽음의 공포가 몰려오자 자유의 금빛 꿈은 돌연 빛을 잃고 굴종과 생존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억압과 공포에 길들여진 노예들의 슬픈 모습이다. 이것은 수천 년 전 중동의 변방에서 일어난 몽매한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도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는 현실이다. 우리 속에 있는 속물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유혹한다. 괜히 어려움을 자초할 게 뭐냐고,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제일이라고. 세상을 굳이 모나게 살 게 뭐냐고, 타협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러나 진리의 길은 위험과 불확실함으로 가득 차 있다. 퇴행적 후회를 거두고 앞을 향해 나아갈 때, 자유의 바람이 우리에게 유입된다. 

 

*기도*

 

하나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되었는가 곰곰이 따져봅니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누군가 원망할 사람을 찾기도 합니다. 성찰로 이어지지 않는 후회는 우리 가슴에 회한만 남길 뿐 새로운 삶의 원동력이 되지 못합니다. 실수를 범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는 인생이지만, 그러한 부정적 계기를 통해 오히려 하나님의 마음에 더 깊이 접속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작은 시련의 바람만 불어도  일렁이는 우리 마음의 버릇을 치유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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