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 쓰는 이치처럼

김기석의 새로봄(109)

 

붓글씨 쓰는 이치처럼

 

형제자매 여러분, 어떤 사람이 어떤 죄에 빠진 일이 드러나면,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사람인 여러분은 온유한 마음으로 그런 사람을 바로잡아 주고, 자기 스스로를 살펴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갈라디아서 6:1)

 

바울 사도는 어떤 죄에 빠진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가르친다. 우리가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사람이라면 ‘온유한 마음으로 그런 사람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제자매의 잘못을 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을 질끈 감아주는 것이 곧 사랑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가 돌이킬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하겠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를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바로잡아 준다는 것은 비난이나 정죄가 아니다.

 

바울은 ‘바로잡아 주라’는 말 앞에 ‘온유한 마음으로’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온유한 마음은 흙(humus, 腐植土)과 같은 마음이다. 흙은 자기 속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스스로 더러워지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 아니고는 우리는 어떤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사람들은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의 잘못을 드러냄으로써 은연중에 자기의 의로움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만한 마음과 허영심은 함께 다닌다. 경멸하고 눈을 흘기는 것은 약자의 태도이다.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은 형제자매의 잘못을 진심으로 아파하고, 그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교회는 의로운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욕심 많은 사람도 있고, 이기적인 사람도 있고, 공격적인 사람도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조화이다. 그들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신영복 선생님은 붓글씨 쓰는 이야기를 통해 이런 진실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붓으로 첫 획(劃)을 잘못 그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각도가 비뚤어졌다거나 생각보다 획이 굵게 그어졌다면, 그때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지우고 다시 쓸 수는 없으니까, 그 다음 획으로 첫 획의 잘못을 커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그 다음 글자로 결함을 커버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글자의 결함은 그 다음 글자, 또는 그 다음다음 글자를 통해 보완해야 하고, 한 행(行)의 결함은 그 옆에 있는 행으로써 보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체의 조화이다. 

 

어쩌면 이것이 공동체의 구성원리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형제자매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의 잘못을 커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그도 전체의 틀 속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한 획과 획이 서로 기대는 것, 모든 글자와 글자가 서로 돕는 상태, 방서(傍書)나 낙관(落款)까지도 전체의 균형에 참여하는 그런 한 폭의 글씨처럼, 교회는 그런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허영심에 가득 찬 사람, 자기 욕망을 하나님처럼 섬기며 사는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오직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사람”만 그렇게 할 수 있다. 

 

*기도*

 

하나님, 우리는 자기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다른 이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가혹한 판관이 되곤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함부로 정죄하는 것은 그를 깊이 알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루되는 게 싫어서, 혹은 관계가 틀어질까봐 형제자매의 잘못을 보면서도 모른 체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온유한 마음으로 그런 이들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마음이 우리 속에 강물처럼 흐를 때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주님, 우리 속에 주님의 마음을 심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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