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

김기석의 새로봄(189)

 

교육의 목적

 

그 날에 당신들은 당신들 아들딸들에게, ‘이 예식은, 내가 이집트에서 나올 때에, 주님께서 나에게 해주신 일을 기억하고 지키는 것이다’ 하고 설명하여 주십시오. 이 예식으로, 당신들의 손에 감은 표나 이마 위에 붙인 표와 같이, 당신들이 주님의 법을 늘 되새길 수 있게 하십시오. 주님께서 강한 손으로 당신들을 이집트에서 구하여 내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이 규례를 해마다 정해진 때에 지켜야 합니다.(출애굽기 13:8-10)

 

출애굽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 주님은 모세를 통해 백성들에게 신신당부를 하신다. 종살이하던 집에서 나온 날을 기억하기 위해 무교절을 지키라는 것이다. 무교절에 가장은 아들딸들에게 그 예식의 의미를 설명해 주어야 했다. 가장은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기억의 전승자 혹은 교육자가 되어야 했다는 말이다. 아브라함 조수아 헤셸은 <누가 사람이냐>라는 책(종로서적, 176쪽)에서 유다인의 교육 과제를 몇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교육은 학생에게 살아 있는 존재의 신비와 놀라움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어야 한다. 이것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것과 관련된다. 식탁 앞에 놓인 음식이나 과일을 맛보아도 그것이 우리의 앞에 오기까지 온 우주가 참여해 마련한 것임을 안다면 어찌 감사한 마음이 일지 않겠는가. 놀람을 가로막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모두가 선물이다.

 

둘째, 자신이 무한하게 값진 존재이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빚으로 얻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경쟁에 시달리며 사는 많은 이들이 자존감을 갖지 못한다. 경쟁에서의 패배는 곧 바로 인생의 실패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났든 못났든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소중한 존재이다. 그리고 우리는 삶에 꼭 필요한 많은 것들을 공짜로 누리거나 다른 이들을 통해 얻고 있다. 이걸 알면 지나친 비애나 오만함에 빠질 수 없다.

 

셋째, 시간 속의 성(聖), 곧 거룩함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하나님은 “너희의 하나님인 나 주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레위기 19:2) 하셨다. 일상의 모든 순간 하나님의 현존을 자각하고 살 때 우리 삶은 거룩해진다. 맑아지고 순수해진다.  

 

넷째, 축제의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을 경축하며 살기를 바라신다. 예수님이 행하신 첫 번째 기적은 갈릴리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사건이었다. 요한은 그 이야기를 통해 주님이 계신 곳에서는 삶이 즐거운 축제로 변한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축제는 혼자서는 누릴 수 없다. 다른 이들을 우리 삶 속에 맞아들이고, 또 우리 자신도 기꺼이 손님이 되려는 열린 마음이 있을 때 축제는 시작된다.

 

교육의 목적은 유능한 직업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평화롭게 살 줄 아는 사람을 육성하는 데 있다. 자기의 존재의 뿌리가 어디에 닿아 있는지를 아는 사람,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아는 사람은 함부로 살지 않는다. 그는 ‘자아’라는 감옥에서 벗어난 자유인이다.

 

*기도

 

하나님, 우리는 화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들을 소홀히 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존재이건만 우리는 하나님의 모습을 세상 앞에 드러내지 못합니다. 삶의 속도를 줄이고 하나님의 리듬에 따라 살아가고 싶습니다. 삶이 온통 신비라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은총이라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거친 세상을 사는 동안 잃어버린 기뻐하는 능력을 회복시켜 주십시오.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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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하나를 두고

  • ㅎㅎㅎ 통장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진구 2019.09.15 11:39
  • 한결같은 걸음, 반갑습니다.

    한희철 2019.09.16 08:05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9)

 

 버섯 하나를 두고

 

독일에서 목회를 할 때의 일이니 오래된 일이다. 하루는 가족들과 엘츠 성(Burg Eltz)을 찾았다. 독일에는 지역마다 성(城)이 있어 어디를 가나 성을 흔하게 볼 수가 있다. 엘츠 성은 라인란트-팔츠 (Rheinland-Pfalz)주의 코블렌츠와 트리어 사이를 흐르는 모젤강 (Mosel)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다.


대개의 성은 산꼭대기에 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엘츠 성은 다르다. 성이 어디에 있지 하며 진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아래쪽으로 성이 나타난다. 감돌아 흐르는 강을 끼고 서 있는 단아하고 예쁘장한 성, 처음 엘츠를 만나는 이들은 숨겨진 보물을 갑자기 만난 것처럼 감탄을 하며 발걸음을 멈춰 서고는 한다.

 

 

 

모젤강 (Mosel) 주변의 엘츠 성

 


엘츠 성의 또 다른 특징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적군을 막아내기 위한 견고한 성의 이미지보다는 흙집 같은 수수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위압적인 느낌이 아니라 푸근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이델베르크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기도 했거니와 숨어 있듯 자리를 잡고 있는 수수한 분위기가 좋아 손님들이 오면 즐겨 엘츠 성에 다녀오고는 했다.

 

엘츠 성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들어올 때 걸어왔던 포장길을 두고 숲속으로 난 길을 걸어 나오는데, 곳곳에 버섯이 눈에 띄었다. 집에 가서 끓여 먹자며 아내와 내가 버섯을 따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기겁을 한다. 만약 독버섯이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었다. 모양도 냄새도 틀림없이 느타리버섯이라 했지만, 아이들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내가 말했다. “찌개를 끓이면 아빠가 먼저 먹을 테니, 너희들은 5분 뒤에 먹으렴. 아빠가 괜찮은지를 확인하고 말이야.”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엄마는 처음부터 먹을 거야.” 그 때 소리가 말했다. “엄마 아빠가 찌개를 먹으면 나도 먹을 거야. 엄마 아빠가 버섯 먹고 죽었는데, 우리만 살면 뭐해.” 소리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비장해졌는데, 결국은 막내가 한 말에 웃음이 빵 터졌다. 버섯을 먹고 모두들 잘못되어 저 혼자 남는 상황이 떠올랐던 모양이었다. 막내가 제법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 통장엔 돈이 얼마나 들어 있어요?”

 

추석을 맞아 아버님 산소에 다녀오는 길, 길옆에 자란 싸리버섯을 보는 순간 오래 전 일이 떠올라 피식 웃는다. 떨어져 지내는 녀석들은 모두들 잘 지내는지, 명절을 맞아 송편이라도 먹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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